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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중장년의 이직 열풍…"옮기고 싶다" 5년 새 30% 늘어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중장년층 사이에서 ‘이직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노동시장을 지배하던 종신고용 관행이 사라지고 장기근속자의 임금 경쟁력이 떨어진 게 배경이다.

일본 총무성의 올 1분기 노동력 조사에서 45~64세 이직 희망자가 5년 전(2018년 1분기)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0일 전했다.

이는 전체 세대의 이직 희망 증가율(2018년 대비 지난해 16% 증가)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중장년의 직장을 옮기고 싶은 욕구가 다른 세대보다 높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중장년 이직 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9일 도쿄의 출근길 풍경. EPA=연합뉴스

일본에서 중장년 이직 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9일 도쿄의 출근길 풍경. EPA=연합뉴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월급을 많이 받는 일본 노동시장의 오랜 특징인 ‘종신고용’의 우위가 사라지면서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근속자의 임금 경쟁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고연차로 갈수록 임금이 올라가던 임금 곡선은 과거보다 많이 완만해졌다. 젊은층의 임금을 올리는 대신 중장년의 임금은 가급적 동결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이직에 따른 임금 격차도 줄어들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장기근속자(45~49세 남성)의 임금을 '1'로 봤을 때 경력직과 격차가 2010년대 초반엔 1 대 0.6 이하였는데, 2020년 들어선 1 대 0.7 이상으로 축소됐다. 이를 두고 “평균적으로 이직자의 임금이 낮은 편이지만,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게 유리한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또 과거보다 임원과 비임원 간 임금 격차가 커지는 등 처우가 달라진 것도 이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고, 일부 기업은 아예 정년을 폐지하는 등 일하는 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닛케이는 “정년 이후를 내다보고 커리어를 재검토해 이직을 서두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연공서열에 따른 고임금 구조가 특징이었던 일본 기업 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 비해 신입 사원의 임금은 올라간 반면, 고연차 직원의 임금은 적게 오르거나 동결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4월 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의 정비 격납고에서 열린 일본항공(JAL)의 입사식 모습. EPA=연합뉴스

연공서열에 따른 고임금 구조가 특징이었던 일본 기업 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 비해 신입 사원의 임금은 올라간 반면, 고연차 직원의 임금은 적게 오르거나 동결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4월 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의 정비 격납고에서 열린 일본항공(JAL)의 입사식 모습. EPA=연합뉴스

“한 번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다른 회사로 눈을 돌린다”(오쿠무라 류이치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는 분석도 나온다. 채용정보 업체인 엔·재팬의 설문조사(지난해 11월~올해 1월 조사)에서도 50대 응답자 중 40%가 “이직 시 경험과 능력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자리)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직이 늘면서 관리직 비율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50~54세 부장급 비율은 1990년 32.6%이던 게 2021년엔 27.8%까지 줄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 탓에 옮길 곳이 많아진 것도 중장년 이직이 활발해진 배경이다. 일본 정부도 지난달 ‘노동이동 촉진’ 등을 내세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이런 상황을 반기는 눈치다. 종신고용과 같은 경직된 고용 관행이 남아있는 한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구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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