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아재’가 훈련소 신병…‘나쁜 직장’ 찍힌 日자위대, 왜

  • 카드 발행 일시2023.05.30

World View

신병이라고 하기엔 다소 늙수그레한 얼굴. 일본 자위대가 홍보하는 자위대원 후보생의 훈련 영상엔 ‘아재 신병’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일본은 2018년 10월 그간 26세였던 입대 상한 연령을 무려 6년이나 올려 32세로 대폭 늘렸다. 32세면 한국에선 대개 제대해서 예비군 훈련을 받는 나이다. 일본 정부가 예비군을 신병으로 받으려는 이유는 젊은이가 부족해서다. 입대하려는 젊은이가 적었는데 이젠 젊은 세대 자체가 줄고 있다.

일본에서 자위대에 대한 ‘호감도’는 90% 전후(일본 내각부 여론조사)로 매우 높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국가적 재난·재해 때 전면에서 활약해 왔다. 하지만 나보고 입대하라면? 자녀를 보내라면? 그건 아니다. “자위대원들의 헌신적 모습에 박수를 치지만, 내 자식은 결코 입대시킬 일은 없다”는 부모들이 수두룩하다. 직업과 근무 여건을 따져 볼 때 자위대에 대해선 유독 부정적이다.

구인난이 일상인 일본에서 자위대는 3D 직장일 뿐, 일본 정부가 아무리 홍보해도 양질의 인재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자위대는 또 열악한 처우와 각종 사건·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일본 정부가 대안으로 여성을 더 뽑으려고 나섰지만, 지난해 23세 전직 여성 자위대원의 충격적인 성폭력 실태 고발 이후 인식은 더 나빠졌다.

그런데 이건 예고편이었다. 저출생을 뜻하는 ‘소자화(少子化)’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예 모병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란 위기론이 부상한다. 장거리 미사일 1000발을 사들이겠다는 일본을 놓고 군사대국화 우려가 나오지만, 정작 일본 내에선 자위대 숫자를 못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