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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일·중 정상회의 조속히 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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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백범흠 한·일·중 3국 협력 사무국(TCS) 사무차장

백범흠 한·일·중 3국 협력 사무국(TCS) 사무차장

‘한·일·중 3국 협력사무국’(TCS)은 지난달 3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일·중 협력의 날(TCS Day)’ 행사를 개최했다. TCS는 항구적 평화, 공동 번영, 문화적 공통성 유지를 위해 2011년 서울에 설립된 정부 간 국제기구다.

그날 청계천을 찾은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최된 행사의 압권은 단연 한·일·중 협력을 상징하는 따오기 이름 짓기였다.

따오기는 한·일·중 시민 투표를 거쳐 한국어로는 ‘연우(連友)’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일·중 3국 간 ‘우정을 잇는다’는 뜻이다. 1925년 탄생한 동요 제목이 따오기일 정도로 따오기는 한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새였다. 전쟁과 산업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때문에 따오기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따오기는 1979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오기는 1993년을 마지막으로 일본에서도 사라졌다.

 국제정세 악화로 3국관계 교착
2019년 이후 정상회의 안 열려
산적한 난제 푸는 길은 대화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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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야생 따오기 몇 마리가 중국 산시(陝西)성 한중(漢中)에 살아남아 있었다. 경남 창녕 우포늪 주변에 사는 따오기는 2008년과 2013년 중국이 기증한 따오기의 후손이다. 일본도 1999년 중국이 기증한 따오기를 니가타(新潟)현 사도(佐渡)섬에서 인공 번식에 성공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일본·중국 모두 에너지를 포함한 원료를 수입·가공한 뒤 이를 해외에 수출해 살아가는 나라들이다. 3국 모두 심각한 저출산과 급속한 노령화를 겪고 있다. 한·일·중 모두 미·중 전략적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복합 위기 속에서 각기 살길을 찾아야 하는 뉴노멀 상황에 부닥쳐 있다. 3국 모두 칠흑 같은 바다 위 흔들리는 조각배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3국의 외교 나침반 역할을 하던 한·일·중 정상회의가 2019년 중국 청두(成都) 회의 이후 더는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미·중 전략적 경쟁에 따른 국제 정세 악화가 3국 정상회의 개최를 가로막아 왔다.

3국 정상회의는 왜 재개돼야 할까. 첫째, 3국 정상회의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인적 교류 축소가 가져온 부작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국제 비즈니스와 직결된 인적 교류 제약 요인을 해소하고 상대국에 대해 악화한 국민감정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3국 정상회의는 디커플링(공급망 분리)과 디리스킹(위험 완화)이 회자하는 상황에서 가치사슬과 공급망을 유지해 3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3국 경제 모두 코로나19, 미·중 전략 경쟁,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과 구매력 감소 등으로 인해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한국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셋째, 3국 정상회의는 지역 안보와 환경 및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논의할 좋은 기회가 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등 한반도 안보와 에너지 수급 등 3국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이슈가 많다. 넷째, 한·일·중 정상회의를 통한 3국 협력 강화는 동아시아­ 서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따오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해협과 서해를 마주한 일의대수(一衣帶水)의 나라인 한·일·중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며, 평화를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3국에 어른거리는 배타적 민족주의라는 유령을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야 한다. 3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3국 국민 모두 열린 마음으로 상대국을 깊이 이해해나가야 한다.

지금 한국은 ‘0.78’이란 숫자가 말해주는 초저출산과 탈(脫)세계화 경향 심화라는 국가 존망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이 두 가지 위기는 한국이라는 건물을 어느 순간 무너뜨릴 시한폭탄과도 같다.

우선 이웃 나라 일본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강화가 필요하다. 3국이 처한 근본적인 안보 및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3국 정상회의를 조속 개최해야 한다. 차기 3국 정상회의의 주최국은 한국이다. 3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그동안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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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흠 한·일·중 3국 협력 사무국(TCS)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