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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발사 실패 비판한 김정은, 강경파 김영철 불러들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8차 전원회의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8차 전원회의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발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19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지난 16~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이같이 보고했으며, “위성 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관영 매체들은 보도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인민군대의 정찰정보 능력을 제고하고 우주개발 분야에서 더 큰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지름길을 마련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발사 실패 소식을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만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 소식이 노동신문에 보도되면서 대내적으로도 위성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연설이나 발언 내용은 이날 보도되지 않았는데 집권 후 열린 15번의 전원회의 후 그의 연설 또는 발언 내용이 보도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게 통일부의 분석이다.

김영철

김영철

다만, 북한은 이날 구체적 문책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실패의 원인이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기술적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일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단순 실수였다면 강력한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2018~19년 북·미 협상과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었던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비서가 통일전선부 고문이라는 직책을 맡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과거 천안함 폭침사건을 주도하는 등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정치적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통일전선부장으로 강등됐고, 2022년 6월엔 그 자리마저 후배인 이선권에게 넘긴 후 사실상 ‘야인’이 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향후 대남·대미 강경 노선에 그를 다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를 향한 적대 노선을 부각하며 협박 수위를 높였다. 핵무기 증산까지 언급했다. 당 정치국은 “적들이 노골적으로 고취하는 군사적 긴장 격화 책동에 대항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하며 항상 압도적이고 공세적인 대응 조치들을 지체 없이 결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중앙이 제시한 핵무기 발전방향과 핵 역량 증강노선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강위력한 핵무기 증산실적으로 주체혁명 위업을 보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위성 발사 실패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부정적 평가를 한·미 등 외부에 대한 경계심으로 상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1944년생으로 지난해 6월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당 비서와 경제부장에서 해임한 오수용을 1년 만에 같은 자리에 복귀시키며 경제 부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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