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조원대 철근 담합’ 현대제철 벌금 2억원…전직 임원 2명도 법정구속

중앙일보

입력

철근 구조물. 연합뉴스

철근 구조물. 연합뉴스

‘6조원대 철근 담합’을 주도한 제강사들과 전·현직 임직원에게 무더기로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제철 등 국내 7대 제강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고 최대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제강사 중에선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현대제철이 가장 큰 액수의 벌금에 처해졌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은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단가 하락 방지를 위해 물량을 타 업체에 조금씩 양보하는 방법으로 담합을 주도하고 유지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의 법정최고액인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동국제강 역시 “현대제철과 함께 물량 배분 논의를 주도했다”며 1억5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나머지 업체들도 소극적 가담자라고 보기는 어렵고, 관행화된 담합 구조를 적극 이용하여 자사 이익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각 회사에서 담합 행위를 승인·지시·묵인한 임원들과 실무진 22명에 대해서도 전부 유죄가 선고됐다. 강학서 전 현대제철 대표는 벌금 3000만원, 현대제철 전직 영업본부장 A씨와 B씨는 징역 6~8개월에 벌금 1000~2000만원을 각각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초 구속기소됐던 동국제강 전 봉강사업본부장 역시 징역 10개월에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나머지 9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8명은 벌금형에 처해졌다. 현대제철에서 팀장으로 일했던 C씨는 “담합을 해선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던 점이 인정돼 벌금 500만원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담합 규모 6조8442억원에 달해 

이들 업체는 압연사들과 함께 2012~2018년 조달청이 실시하는 연간 관수철근 입찰에서 미리 단가와 물량을 협의하고 참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6년간 담합해 납품한 철근만 6조8442억원어치로, 검찰은 수천억원대의 국고 손실이 일어난 것으로 봤다. 이들이 납품한 철근은 전국 시도교육청 산하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건물을 짓거나 수리하는 데 쓰였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2012년~2018년 기간 동안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11개 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565억 원 부과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2012년~2018년 기간 동안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11개 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565억 원 부과했다. 연합뉴스

법정에서 제강사들은 담합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최저가 납품동의제 등으로 제강사들에 입찰조건이 불리했어서 위법성이나 경쟁제한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입찰에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해 개선을 요구해야지, 이를 회피해 담합을 했다고 정당화할 수 없다”며 “자유시장경제 원리와 공정거래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임원들 “몰랐다”…재판부 “책임 더 무거워”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국제강 본사 로비. 뉴스1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국제강 본사 로비. 뉴스1

재판에 넘겨진 제강사 실무진이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지만, 일부 전·현직 임원들은 재판에서 ‘보고를 받지 못했다’ ‘실무진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하직원이 불법행위를 징계 위험을 각오하면서 상급자의 승인 없이 판단하고, 실적을 위해 담합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지시·승인한 임원들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