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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이스라엘에 32조 투자…네타냐후 '사법개혁' 탄력 받나

중앙일보

입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에 250억 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해 칩 제조 공장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인텔의 투자를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라고 강조하면서, '사법 개혁안'의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 일요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 일요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주간 내각 회의를 열고 인텔 투자에 대해 언급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큰 확신의 표현이며, 우리가 구축한 자유 경제의 강점과 기술 경제의 수준을 반영한 결과”라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 재무부는 인텔이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에 새로운 공장을 2017년 완공해 가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최소 2035년까지 운영되며, 수천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도 밝혔다. 재무부는 인텔의 세율을 5%에서 7.5%로 인상했고, 인텔의 투자금액 중 12.8%를 자본투자촉진법(ECIL)에 따라 정부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이번에 발표된 투자액은 2021년에 공개했던 100억 달러(약 12조원)가 포함된 금액이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투자한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투자 규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WSJ는 인텔의 이번 투자 발표가 이스라엘 사법부를 개편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의 계획이 이스라엘의 기술 산업계와 충돌하는 와중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인텔의 투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에 대한 모든 거짓 보고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큰 확신의 표현”이라면서 “이번주 안에 사법 개혁을 재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 출범 2주 만에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사법 개혁안을 추진하다 야당과 국민의 반발에 부닥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을 의회 과반으로 무력화하고,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법관선정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지난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야당과 법조계·시민단체는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기술 산업계 종사자들은 “사법 개혁안은 이스라엘 사회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막고 결국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FT는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안에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기술 산업계의 지도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지난달 “사법 개혁안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이 국내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안겼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혁신청 역시 지난달 “이스라엘 스타트업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해왔고, 이번 인텔 투자 유치를 사법 개혁의 재추진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제1야당 예쉬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쿠데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국민 절반 미만을 위한 총리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통합당 대표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도 “사법 정비 협상 테이블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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