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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중국 간 美국무…무거운 분위기, 모두발언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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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18일 베이징에서 만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회담에 들어갔다. 미 국무장관의 방문은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이후 처음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앞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앞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친 외교부장은 회담장 건물 앞에서 블링컨 장관을 맞은 뒤 안으로 안내했다. 영어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지만 블링컨 장관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국빈관 12호각 안에 마련된 양국 국기 앞에서 악수한 뒤 회담장으로 향했다.

5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 양측 모두 9명씩 배석했다. AP=연합뉴스

5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 양측 모두 9명씩 배석했다. AP=연합뉴스

회담에는 미국 측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세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ㆍ대만 담당 선임국장,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 등이 참석했고 중국 측에선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양타오 외교부 북미대양주사(司) 사장 등이 들어와 장관을 포함해 양측이 각각 9명씩 배석했다.

통상 회담 전 진행되는 모두 발언은 생략됐다. 양국 관계의 무거운 분위기를 반영하듯 회담 시작 전 환담은 거의 없었다. 촬영을 위해 잠시 공개하고 취재진을 퇴장시켰다.

이날 회담은 시작전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국제 사회가 이 회담을 “전세계 많은 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폭발적인 미중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AP통신)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두 나라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중의 첫째 목표는 개방적이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해 양국의 잘못된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오해를 방지함으로써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연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과정에서 양국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이런 일련의 갈등 상황이 직접적인 충돌로 확산되지 않도록 고위급 소통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게 미국의 구상이다.

회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나눴다. 이날 모두발언은 생략됐다. AP=연합뉴스

회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나눴다. 이날 모두발언은 생략됐다. AP=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중국을 대중국 정책을 디커플링(분리)에서 디리스킹(de-riskingㆍ위험제거)으로 전환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압박 정책 대신 의존도 완화로 선회하면서 미국이 대만, 반도체 등 첨예한 갈등 현안을 놓고도 양측의 ‘레드라인’을 확인하는 등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 측은 미국이 이른바 중국에 대한 ‘억제와 탄압’을 중단해야 다른 현안에서도 미·중 간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무기 공급에 대해서도 강력히 항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4일 친 부장은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관심사에 대한 엄숙한 입장을 밝혔다”며 “미국은 중국의 내정간섭을 중단해야 하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간주한다면 중국에 대한 심각한 오판”이라며 “이것은 ‘책임 있는 경쟁’이 아니라 무책임한 패권주의적 행동으로 세계를 분열로 몰아갈 뿐”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미·중간 양측 입장과 상호  '레드라인'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한편 국제사회와 언론은 블링컨장관과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19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회동한다. AP통신 등은 왕이 위원과의 회동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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