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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머신에서 콜드브루가 나온다고? 캡슐 커피의 진화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러분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예요, 아님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인가요? 저는 아.아!

한국인은 커피의 민족이라고도 하잖아요.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이 세계 2위래요. 하루 한 잔으로 끝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집에서 편하게 커피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고요. 커피 애호가들의 다양한 취향과 높아진 안목을 충족시키기 위해 홈 카페 기술도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캡슐 커피 머신으로 콜드브루의 맛과 향까지 구현하게 됐다고 합니다. 비크닉 브랜드 소개팅 이번주엔 ‘캡슐 커피머신의 진화’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캡슐 커피의 역사

캡슐 커피머신은 생각보다 오래전에 발명됐어요. 1976년에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식품기업인 네슬레의 직원 파브르가 만들었습니다. 원두에 압력을 가해 내려 먹는 에스프레소는 원래 이탈리아가 원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스위스 사람이 에스프레소를 캡슐에 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파브르에겐 이탈리아인 아내가 있었는데, ‘커피는 이탈리아지!’라며 커피 부심을 뽐냈나 봐요. 파브르는 정말 그런지 어디 한번 보자면서 로마에 갔대요. 근데 에스프레소를 먹고 반하게 됐대요. 그리고 이 에스프레소를 더 간편하게 먹는 기계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캡슐 커피 머신입니다.

1976년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명한 네슬레 직원 파블레. 사진 하우스오브스위스(houseofswitzerland.org)

1976년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명한 네슬레 직원 파블레. 사진 하우스오브스위스(houseofswitzerland.org)

이탈리아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만든 것도 커피를 빨리 먹고 싶어서였어요. 그 전까진 커피 열매를 갈아서 가루를 만들고 그걸 필터에 걸러 먹었으니 너무 오래 걸렸거든요. 근데 이탈리아 사람들, 성격도 급한 걸로 유명해요. 좋아하는 커피를 더 빨리 많이 먹고 싶어서 이탈리아어로 '고속', '빠른'을 뜻하는 ‘에스프레소(espresso)’를 만든 거죠. 그게 지금 커피의 표준이 됐어요. 이탈리아의 커피 부심 아시죠? 커피는 자고로 에스프레소라며 그 독한 걸 벌컥벌컥 마시잖아요. (아메리카노는 커피 취급도 안 하고요.) 이 에스프레소의 진한 풍미를, 스위스의 기술로 간편하게 캡슐에 담은 게 ‘네스프레소’입니다.

캡슐 커피 머신의 진화

1976년 당시 에스프레소 머신의 모습. 사진 네슬레

1976년 당시 에스프레소 머신의 모습. 사진 네슬레

당시 사람들 반응은 어땠느냐고요? 1970년대에는 캡슐 기술도 부족했고, 전통적으로 내려 먹는 필터 커피가 더 좋다는 인식도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네스프레소는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 10년 넘게 캡슐 커피 기술을 연마했죠. 시대는 네슬레 편이었습니다. 커피가 급속도로 대중화되면서 집에서도 간편하게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거든요.

네슬레는 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커피를 내려 마시면 원두도 보관해야 하고 직접 갈아야 하고 청소하는 것도 불편하잖아요. 다양한 맛을 먹기도 쉽지 않고요.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날수록 간편하게 먹고 싶다는 목소리도 커졌겠죠. 캡슐 커피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커피가 나오고, 취향과 기분에 맞게 원두를 바꿀 수도 있잖아요. 세계적인 배우 조지 클루니가 네스프레소 광고에서 그랬죠. "뭐가 더 필요해?"

전 세계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커피로 콧대 높은 이탈리아 사람들도 편리함에 못 이겨 네스프레소 기계를 들여놓고요. 네스프레소는 1992년 전 세계 특허로 등록해 20년간 캡슐 커피 시장을 장악했어요. 특허 종료가 끝난 시점인 2012년 이후 다른 기업들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졌죠.

특허는 만료됐겠다, 정상을 지키기 위해선 네스프레소도 무기가 있어야했습니다. 3년 전 업계를 위협할만한 혁신을 선보입니다. 바로 ‘버츄오’ 라인인데요. 동그랗게 생긴 캡슐이 회전하며 풍성한 크레마(거품)를 만드는 게 특징입니다. 흥미로운 건 캡슐 내에 있는 ‘바코드’인데요. 바리스타가 원두와 커피 종류에 따라 추출 방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원리를 적용, 캡슐 내 바코드에 최적의 추출 방법을 입력해뒀다고 해요. 기계가 바코드를 인식하면 30여종의 각기 다른 스타일의 커피를 뽑아내죠.

캡슐 커피로 콜드 브루까지?

네스프레소 버츄오 콜드브루. 사진 네스프레소

네스프레소 버츄오 콜드브루. 사진 네스프레소

최근 네스프레소는 ‘콜드 브루’ 스타일 캡슐을 선보이며 기존 캡슐 커피 머신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콜드 브루는 잘 게 간 원두에 상온의 물이나 냉수를 떨어뜨려 만든 커피를 말합니다. 뜨거운 물보다 찬물로 커피를 우려내는 게 더 어렵겠죠? 최소 8시간 이상, 길게는 온종일도 걸린다고 해요. 특유의 깊은 향과 산미 때문에 마니아들이 많죠.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콜드브루를 몇 분 만에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네스프레소는 바코드에 담았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핫 블룸’ 추출법을 썼다고 하는데요. 네스프레소 담당자는 “첫 추출을 짧은 시간 뜨겁게 시작하여 커피의 바디감을 생성하고 섬세한 아로마를 피워낸다 ”면서 “이후 물탱크에 차가운 물과 혼합하면 쌉싸름한 끝맛이 날아가고 콜드브루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캡슐 커피 기계가 콜드브루를 구현할 수 있을까? 바리스타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콜드브루 향이 나요. 다크초콜릿 향도 느껴져요.”-김명선 바리스타
“콜드브루 느낌이긴 하지만, 맛은 강하지 않아요. 차(tea)처럼 가볍게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오현화 바리스타
“콜드브루 향이 있지만 콜드브루가 발효로 나는 쿰쿰한 느낌은 덜 나는 것 같아요.” -신철민 바리스타

콜드브루의 향이 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고온의 압력으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와 찬물의 중력으로 만드는 콜드브루 특성에 따른 맛 차이는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국바리스타교육협회 시험 출제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은정 커피 마스터(이제이커피아카데미 대표)는 “머신 자체가 에스프레소 원리를 따랐기 때문에 콜드브루 본연의 숙성된 깊은 맛을 똑같이 구현하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추출 온도를 떨어뜨려 고유의 향이 잘 살아있어 콜드브루 느낌을 대중적으로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어요.

마무리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느냐면요. 2018년 처음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20년에는 1980억원으로, 2년 만에 약 2배로 성장했고요(유로 모니터), 올해는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요. 이마트에 따르면 2018년 캡슐커피와 원두커피 매출 비중은 49:51이었는데 2019년에는 60:40으로 역전됐고 지난해에 67:33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해요.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도 캡슐 커피는 대세가 될 것 같아요. 이 뜨거운 시장에서 네스프레소가 정상을 지키는 데에 콜드브루 캡슐이 한몫할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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