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부이상 없는데 온몸 가렵다...뜻밖에 간·신장 보고 아연실색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가려움증에 숨은 내과 질환

사소하지만 일상에서 적잖은 불쾌감을 일으키는 증상이 있다. 가려움증(소양감)이 대표적이다. 흔히 가려움증을 느끼면 피부 질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려움증의 원인이 의외의 곳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때는 피부가 아니라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석준 교수는 “피부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지속해서 온몸이 가렵다면 신장이나 갑상샘 질환, 당뇨병 등 내과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피부 외 질환에 대해 짚어본다.

피부과 환자 20% 내과 질환 진단
갑상샘 기능 항진/저하증도 유발
골수에 문제 생겨도 증상 나타나

가려움증은 대부분 피부 질환이 원인이 돼 나타난다. 접촉성 피부염과 아토피 피부염이 가장 흔하다. 이 밖에 만성 두드러기나 습진, 건선 등도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하지만 피부과를 찾는 환자의 약 20%는 피부 질환이 아닌 내과 질환으로 진단받는다. 일시적으로 가려운 증상이 생기는 피부 질환과 다르다. 수개월에서 수년간 전신에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피부염 환자의 팔. [사진 이미지투데이]

피부염 환자의 팔. [사진 이미지투데이]

피부질환과 달리 수개월~수년간 가려워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내과 질환은 다양하다. 첫째는 만성 콩팥병(신부전)이다.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을 땐 전신에 가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콩팥이 거르지 못해 쌓인 ‘요독(尿毒)’ 때문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서 몸 곳곳에 노폐물이 쌓인다. 이 때문에 피부가 쉽게 자극받아 요독성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의 절반가량은 요독성 가려움증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간(肝)·담도 이상이다. 알코올성 간 질환과 바이러스성 간염 같은 만성 간질환자에게도 가려움증이 잘 나타난다. 주로 피부 세포가 건조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가려움증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간 수치가 높은 만성 간질환자라면 온종일 몸을 긁을 정도로 극심한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을 느낀다. 이땐 피로감과 황달, 손바닥 홍반 등이 관찰되는 경우가 흔하다. 조 교수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도를 거쳐 쓸개에 도달하는데, 담즙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못하고 정체되면 온몸이 가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으로 혈당 높아져도 가려움증 유발

셋째는 갑상샘 질환이다. 여기엔 갑상샘 기능 ‘항진증’과 ‘저하증’이 모두 해당된다. 갑상샘호르몬이 증가하면 신진대사가 과잉돼 혈류량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피부 온도가 올라가고 피부 속 히스타민이 자극받아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민 교수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 환자 중에선 증가한 면역 반응에 따라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경우도 있다”며 “이로 인해 피부가 더 가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의 경우 ‘건조증’이 문제다. 갑상샘 기능이 감소하면 피지·땀 분비가 줄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 피부 장벽 기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넷째는 당뇨병이다. 피부가 가려워서 피부과를 찾았다가 의외로 당뇨병을 진단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혈당이 높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피부가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 건조함은 곧 가려움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다양한 원인으로 가려움증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체액 성분이다. 당뇨병 환자는 체액에 당(糖) 성분이 많다. 이는 세균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쉬운 상태를 의미한다. 결국 세균이 당 성분을 먹고 감염되면 염증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살이 접히는 부위나 항문·음부 위주로 더 가렵다.

마지막은 혈액 질환이다. 혈액 세포를 만드는 골수에 이상이 생겨도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이 대표적이다. 이는 골수에서 적혈구가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 교수는 “적혈구가 급증하면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이 늘어나면서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다”며 “드물지만 혈액암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원인 모를 가려움증이 반복된다면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려움증 체크리스트

- 6주 이상 전신에서 가려움증이 반복된다

- 피부는 멀쩡한데 가려움증만 극심하게 나타난다
- 긁어도 해소되지 않는 가려움으로  밤잠을 설친다
- 물이 닿을 때마다 피부가 가렵다
-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도 가려움증이 나아지지 않는다
- 가려움증과 함께 체중 감소, 피로, 황달 등 동반 증상이 나타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