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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리, 女정치인만 면박? 이런 野주장이 무색한 '남인순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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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달라졌다. 과거 대정부질문에서 “신문 보고 알았다”는 답변으로 야당에 ‘신문 총리’란 조롱까지 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한 총리는 지난 12~14일 사흘간의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정·강선우·양이원영·김성주·어기구 의원 등과 설전을 벌였다.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1만 베크렐(㏃)’이란 음용 수치까지 제시하며 “기준에 부합하면 마시겠다”고 했고, 정부 긴축재정 비판엔 “(빚을 내는 건)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날을 세웠다.

야당도 물러서지 않고 한 총리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문제로 삼은 건 지난 14일 ‘MB정부 국정원 문건’을 들고 질의한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설전이다. 당시 한 총리는 “질의서에 포함된 내용이 아니다”“국회법을 좀 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한 총리 태도 중에 특이한 부분은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 대상이 젊은 정치인, 여성 정치인”이라며 “본인이 공격할 수 있는 대상과 아닌 대상을 본능적으로 캐치하는 게 아닌가. 중년 남성으로서 불쾌했다”며 젠더 이슈까지 꺼내 들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를 마친 후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를 마친 후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이 “한 총리가 노골적으로 부정적 이야기를 했다”고 실명을 언급한 의원은 같은 당의 고민정·강선우·양이원영 의원이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의 답변은 젠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국회법에 따른 절차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 그 반례로 드는 것이 지난 14일 대정부질문 중 한 총리와 남인순 민주당 의원 간의 치열한 공방이다. 이날 두 사람 사이엔 25분간 40여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남 의원은 오염수와 관련해 국내 천일염 사재기 문제와 세슘·스트론튬 피폭 우려 등을 제기했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빼놓지 않았다. 한 총리는 일반인 방사선 피폭 선량 한도인 1밀리시버트(m㏜) 기준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남 의원은 이 과정에서 한 총리로부터 “과학적으로 맞지 않으면 단호히 방류를 반대하겠다”“이태원 유가족이 원하시면 제가 찾아뵙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국회와 총리실 등에 따르면 남 의원은 “대정부질문 48시간 전 질문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는 국회법 제122조의 2에 따라 총리실에 7페이지에 걸쳐 18개 장문의 질문 요지를 보냈다. 반면 고 의원은 한 총리와 관련해 단 네 줄짜리 질문 요지를 보냈다고 한다. 고 의원이 한 총리에게 보낸 질문요지서엔 “이동관 현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적임자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정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 보십니까? 그런데 지명된 것도 아니고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것만으로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적혀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고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요지서엔 없던 이명박 정부(MB) 당시 국정원 문건을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띄우며 질문을 하려 했다. 한 총리가 “저 서류와 관련된 건 단 한번도 48시간 전에 저에게 전달된 바가 없다”며 “답변을 원하시면 저도 돌아가 검토를 한 뒤 1~2주 뒤 답변을 드리겠다”고 맞선 이유다. 고 의원은 1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의원들한테 정해진 시간은 12분이다. 그날 제가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등 48시간 전에 질의서를 주지 않았다는 등은 다 허위사실입니다”라고 반박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고 의원이 질의서를 보낸 건 맞지만, 해당 문건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정부질문이 한 총리에게는 고작 오픈북 시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힐난하고 있다. 대정부질문에선 최소한의 질문 요지만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미리 보낸 질문을 현장에서 그대로 물어달라는 뜻은 아니다”며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절차가 필요한 측면 때문”이라고 구체적 요지서의 필요성을 들었다.

한 총리는 대정부질문 약 열흘 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과학적 통계 수치를 들여다보며 준비했다고 한다. 국민에게 정부 입장과 과학적 사실을 알릴 중요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 총리도 이젠 야당 의원의 무차별적 공격에 당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준비된 의원에겐 성실히 답하고, 그렇지 않은 의원에겐 맞서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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