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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피트, 와이너리에 세계 최고 녹음 스튜디오 연 까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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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22면

명사들이 사랑한 오디오

리뉴얼한 미라발 스튜디오 전경. 9.6.6채널 돌비애트모스 최신 시스템까지 완비했다. [사진 미라발 스튜디오·샤토 미라발]

리뉴얼한 미라발 스튜디오 전경. 9.6.6채널 돌비애트모스 최신 시스템까지 완비했다. [사진 미라발 스튜디오·샤토 미라발]

브래드 피트는 본업인 배우 외에 ‘미나리’ 등을 제작한 영화사 플랜B의 대표이자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슈퍼 컬렉터다. 이혼 이후 도예에 깊게 몰입하더니 지난해 9월에는 친구인 영국 조각가 토머스 하우시고의 핀란드 전시회에 공동 참여해 조각가로 데뷔했다. 얼마 전에는 자신이 소유한 와이너리 샤토 미라발(Chateau Miraval) 내에 세계 최고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레코딩 스튜디오 ‘미라발 스튜디오(Miraval Stuio)’를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왜 할리우드 배우에게 레코딩 스튜디오가 필요했던 것일까.

미라발 스튜디오, 와인·음악 조화된 명소

2005년 동거를 시작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우연히 남프랑스 프로방스에 휴가를 왔다가 이곳의 풍광에 반해 2011년 6000만 달러(한화 약 730억 원)에 와이너리 샤토 미라발을 공동 명의로 매입한다. 두 사람은 이곳을 지극히 사랑해 미뤄오던 결혼식까지 여기서 올린다.

샤토 미라발을 매입한 두 사람은 본격적인 와인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와인 제조에 일천했고 이들이 도움을 청한 이는 파미유 페랑(Famille Perrin)이다. 파미유 페랑은 6대째 프랑스 론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며 로버트 파커가 ‘프랑스 남부 론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훌륭한 와이너리’라 극찬한 가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들의 와인 샤토 드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이 유명하다.

브래드 피트와 그의 와인 플뢰르 드 미라발. [사진 미라발 스튜디오·샤토 미라발]

브래드 피트와 그의 와인 플뢰르 드 미라발. [사진 미라발 스튜디오·샤토 미라발]

피트는 페랑 가문의 협력으로 2013년 3월 첫 와인 미라발 로제를 출시했고 지난 2020년에는 5년간 준비한 샴페인 ‘플뢰르 드 미라발’을 출시했다. 브래드 피트의 후광을 업은 플뢰르 드 미라발은 높은 가격에도 큰 인기를 얻었고 2년 연속 미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 공식 행사주로 선정됐다.

샤토 미라발의 비즈니스는 순항 중이지만 2016년 졸리가 피트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졸리는 이혼의 원인을 피트의 알코올 중독으로 꼽고 있기에 피트가 술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일에 불만이다. 그래서 졸리는 피트 몰래 지난해 자신의 지분을 러시아 부호 유리 세플레르가 보유한 테누테 델 몬도(Tenute del Mondo)에 매각해 버렸다. 화가 난 피트는 졸리에게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리한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피트는 샤토 미라발 비즈니스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미라발 브랜드로 스킨케어 코스메틱을 론칭했고, 1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와이너리 내 레코딩 스튜디오 ‘미라발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와인과 레코딩 스튜디오라니, 아무리 예술 부문에서 광폭 행보를 보인 브래드 피트라지만 두 사업의 공통분모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이해하려면 샤토 미라발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수백 년간 샤토 미라발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19세기 중반 샤토 미라발을 소유한 이는 현대 철근 콘크리트의 기반이 되는 철망 보강 콘크리트 기술을 발명한 조셉 루이 랑보(Joseph-Louis Lambot)다. 1850년대에 지어진 샤토 미라발의 와인 셀러 및 주택은 조셉 루이 랑보의 기술이 가장 먼저 사용된 건축물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100여 년 후 샤토 미라발의 주인은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자크 루시에가 된다. 자크 루시에는 파리 국립 음악원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고 1950년대에 바흐의 곡을 재즈로 해석하는데 몰두했으며 1959년 ‘플레이 바흐 트리오(Play Bach Trio)’를 결성, 전세계적으로 빅 히트를 기록한다.

기존 프랑스 스튜디오의 획일화된 음에 불만을 가졌던 그는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기 위해 1977년 트리오를 해체하고 자신의 샤토 미라발에 세계 최고의 스튜디오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마침 조셉 루이 랑보의 건축은 그 자체로 울림이 훌륭해 레코딩에 제격이었다. 자크 루시에는 이를 활용해 대형 레코딩 부스를 제작하고 당대 최고의 레코딩 기기를 한데 모아 ‘미라발 스튜디오’를 완성한다.

미라발 스튜디오의 탁월한 음은 금세 소문났고 이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영국 뮤지션들이었다. 당시 영국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자존심이었던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떠나 새로운 음의 세계를 추구하고자 했다. 퀸은 뮌헨으로 떠나 조르조 모로더가 만든 뮤직랜드 스튜디오를 찾았고 핑크 플로이드는 미라발 스튜디오를 방문해 ‘더 월’ 앨범의 주요 트랙을 레코딩했다.

19세기 조셉 루이 랑보의 건축을 오롯이 살린 레코딩 부스. [사진 미라발 스튜디오·샤토 미라발]

19세기 조셉 루이 랑보의 건축을 오롯이 살린 레코딩 부스. [사진 미라발 스튜디오·샤토 미라발]

‘더 월’의 센세이셔널한 음은 전 세계를 경천동지 하게 만들었고 이후 스팅, 엘튼 존, 왬, 샤데이 등이 앞다투어 미라발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후 미라발 스튜디오는 와인과 음악을 조화시킨 명소로 꼽히며 8, 90년대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70대에 접어든 자크 루시에는 자신의 공연 투어만도 벅차 와이너리, 스튜디오 운영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1998년 와인 사업가 톰 보브에게 샤토 미라발을 매각했다.

이후에도 미라발 스튜디오는 운영됐지만, 중추를 담당하던 자크 루시에가 떠난 스튜디오가 제대로 경영될 리 없었다. 결국 2006년 뮤즈 앨범 레코딩을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운영은 중단된다. 피트 부부가 인수하면서 스튜디오 재건에 대해 잠시 고민하지만 음악 비즈니스에 경험이 일천했기에 원래 목적이었던 와인에만 집중한다.

이혼 이후 피트는 조각가로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아예 샤토 미라발에 공방을 마련한다. 그의 친구 토마스 하우시고도 이 공방에서 함께 작업 중이다. 그와 가까운 감독 데이빗 핀처를 위한 영화 편집실도 완성한다. 프랑스 영화인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영화사 플랜B 지분 60%를 프랑스 미디어 그룹 미디어완에게 4000억 원에 매각했다. 19세기 말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남부 프랑스에 결집했듯, 피트 또한 샤토 미라발을 동시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공방이자 살롱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 야심찬 계획에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이 샤토 미라발의 헤리티지, ‘미라발 스튜디오’의 부활이었다. 이를 통해 이곳이 단순히 와이너리가 아닌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영감을 꽃 피워냈던 역사적 장소임을 쉬이 각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 미라발 스튜디오의 명성에 자크 루시에가 있었듯, 새로운 미라발 스튜디오를 이끌 수장이 필요했다. 피트는 적임자를 주위에 수소문했고,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엔지니어 다미앵 캥타르(Damien Quintard)를 추천했다.

다미앵 캥타르는 1991년 프랑스 태생의 프로듀서로 25세에 에미(Emmy) 상을 수상한 천재 엔지니어다. 26세엔 우리에게 ‘비창’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데오도르 쿠렌치스 앨범을 레코딩해 디아파송, 그라모폰 프로듀서 상까지 휩쓴다. 2021년에는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리모델링을 맡은 러시아 문화 공간 GEC-2의 음향 설계를 맡아 설계 능력까지 인정받았다. 피트는 그를 찾아 미라발 스튜디오 공동 경영자를 제안했고 다미앵 캥타르는 수락했다. 곧바로 미라발 스튜디오는 운영 중단 15년만에 리모델링에 착수, 1년 만인 2022년 9월 오픈했다.

새로운 미라발 스튜디오는 조셉 루이 랑보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고스란히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기존 레코딩 부스 내 음향재와 천장을 모두 뜯어내 5m 이상의 천정고를 확보하고 벽면의 석재를 그대로 살려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반면 기기에는 최신 기종을 고집해 9.6.6.채널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완벽하게 세팅했고, 영화 후반 작업을 위한 시설까지 갖추었다. 스튜디오 위층에는 아티스트가 레코딩 기간 동안 묵을 수 있는 최고급 숙박 시설을 갖추고 요리를 제공하는 셰프까지 상주하게 했다. 단연 세계 최고의 시설이다.

BTS 앨범 최종 작업에도 ATC 사용

미라발 스튜디오의 음을 완성하는 스피커는 영국 ATC다. ATC는 사실 브래드 피트가 사랑한 스피커라기 보다 스튜디오를 찾는 아티스트의 영감을 일깨우기 위해 엄선된 제품에 가깝다. ATC는 엔지니어 빌리 우드만(Billy Woodman)이 1974년 영국에서 창업한 스피커 제조사다. 초기에는 유닛 제조로 명성을 얻다 1983년 처음 내놓은 액티브 스피커 SCM200이 스튜디오 엔지니어 사이에서 크게 호평 받으며 지금에 이른다. 이후 홈 오디오 시장에 진출해 인기를 끈 바 있지만 여전히 스튜디오 시장에서 높은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일례로 빼어난 레코딩을 들려주는 BTS의 최근 앨범들은 모두 최종 작업에 ATC를 사용했다. 이승환, 싸이도 개인 소유의 스튜디오에서 애용 중이다.

미라발 스튜디오는 현존 최고의 레코딩 스튜디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탁월한 엔지니어 다미앵 캥타르까지 가세했으니 앞으로 제작될 음악들이 기대된다. 미라발 스튜디오의 부활 소식에 40여년 전 이곳에서 레코딩했던 샤데이(SADE)가 가장 먼저 찾아 신보 레코딩을 마쳤다. 아름다운 자연, 끝내주는 와인, 최고의 시설 모두를 갖춘 스튜디오가 탄생했으니 앞으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브래드 피트 덕분에 앞으로 앨범 크레딧에서 미라발 스튜디오를 찾는 즐거움이 추가되었다.

이현준 오디오 평론가 이현준 오디오 평론가. 유튜브 채널 ‘하피TV’와 오디오 컨설팅 기업 하이엔드오디오를 운영한다. 145년 오디오 역사서 『오디오·라이프·디자인』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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