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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오해해 방치, 진짜 불치병 된다…모르면 억울한 이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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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증 증상 개선하려면 

기온이 오르고 햇빛이 강해진 이맘땐 피부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기미·주근깨·검버섯을 비롯한 피부 질환에 노출되기 쉬워서다. 특히 주의할 질환이 백반증이다. 멜라닌세포가 파괴돼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하얀 반점이 피부에 생기는 병이다. 피부에 있는 멜라닌세포는 피부색을 결정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낸다. 백반증은 피부의 특정 부위 멜라닌세포가 사라지고 사라진 곳의 피부가 탈색되면서 흰색 반점이 생긴다. 인종·지역 차이 없이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으며 국내에도 30만~40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전·외부 자극 등 복합적 원인
자외선 강한 여름에 발병률 높아
햇빛 차단하고 선크림 덧발라야

멜라닌세포 파괴되며 피부 탈색 진행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유전적 소인과 자가면역, 항산화 능력의 감소, 외부 자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증상은 경계가 명확한 백색 반점이다. 피부 어디에나 생길 수 있지만, 특히 손·발·무릎·팔꿈치 등 뼈 돌출 부위나 입·코·눈 주변과 입술, 성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백반증은 외부 자극에 영향을 받으므로 물리적인 자극이나 상처를 자주 받는 부위에 잘 생긴다. 머리카락·눈썹·속눈썹 등 체모가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통증·가려움과 같은 자각 증상이 없어 무심코 방치하기 쉽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백반증은 육안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환자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친다”며 “실제 백반증 환자 중 치료를 받는 환자는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백반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흰색 반점이 점점 전신으로 번질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피부 질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울증·대인기피증으로 이어져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백반증을 불치병이라고 오해해 치료를 아예 포기하면서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반증도 다른 피부 질환처럼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피부과 이운하 교수는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꾸준하고 끈기 있게 치료받으면 병변의 70%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의 치료로 완치에 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피부에 흰색 반점의 경계가 뚜렷한 경우 ▶흰색 반점 부위의 털도 탈색된 경우 ▶흰색 반점이 얼굴이나 손, 발, 무릎, 팔꿈치 같은 노출 부위에 발생한 경우 ▶가족 중 백반증 또는 자가면역 질환자가 있는 경우 ▶제1형 당뇨병, 악성 빈혈, 홍반 루푸스, 원형탈모증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동반한 경우일 땐 빨리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병변의 크기와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한다. 약물치료, 광선 치료, 피부 이식이 대표적이다. 병변이 신체의 5% 미만을 침범한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병변이 신체의 5% 이상을 차지할 땐 광선 요법이 주로 쓰인다. 특히 좁은파장자외선B 요법을 일주일에 2~3회 받거나 자외선 레이저(엑시머)를 이용한 표적 광 치료를 주로 활용한다.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 치료는 어린이·임산부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으며 얼굴과 목, 몸통, 팔다리에서 효과가 좋은 편이다. 급속히 번지는 백반증의 경우 경구 스테로이드 요법과 광선 요법을 함께 적용하면 도움된다. 1~2년 동안 새로 생기거나 커지는 병변이 없는 안정적인 백반증엔 펀치 이식술, 흡입 수포 표피 이식술, 세포 이식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평소엔 악화 요인을 피하는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백반증은 사계절 중 자외선이 강한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강한 자외선은 피부에 산화스트레스를 일으키는데 백반증 환자의 멜라닌세포는 이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자외선은 멜라닌 생성을 촉진해 피부색을 검게 만든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병변이 두드러지기 쉽다. 일광화상으로도 백반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외출 시 모자나 긴소매 옷으로 햇빛을 차단하고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SPF50, PF+++ 이상)를 3~4시간마다 덧바르는 게 좋다.

개인 상태별 조기 맞춤 치료해야 효과

과도한 자극이나 물리적·화학적 외상도 피해야 한다. 꽉 조이는 벨트나 속옷 착용을 자제하고 강한 마찰을 일으키는 때밀이, 시계·목걸이·반지 등 경미한 자극 역시 줄이는 게 좋다.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백반증을 악화시키는 요소다. 특히 백반증 환자는 우울증·불안 장애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정신 질환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섬유질이 많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 위주의 식습관은 질병 호전에 도움된다. 다양한 채소를 섭취하면서 비타민·엽산 등을 보충함으로써 체내 활성산소 균형을 맞춰주면 백반증 예방과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박경찬 교수는 “항산화 성분은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자외선에 따른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며 “다만 비타민C와 같은 단일 성분 항산화제를 과다 섭취하는 건 오히려 백반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균형 있는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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