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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부표 잡고 밤새 버텼다…어민에 극적 구조된 고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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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김포대교 상류.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한강 김포대교 상류.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한강에 빠진 고등학생이 밤새 부표를 붙잡고 버티다 새벽에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어민에 의해 구조됐다.

16일 경찰과 고양시 행주어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강 하류에서 실뱀장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김홍석(65)씨가 가양대교 하류 어로구역에 쳐놓은 정치 어망 그물의 스티로폼 부표를 붙들고 떠 있는 고등학생 A(17)군을 발견했다.

김씨는 다급히 어선을 멈추고 A군을 구조했으나 저체온증 증상과 탈진 상태였다. 김씨는 A군을 어민 쉼터인 바지선으로 옮긴후 체온을 올리기 위해 옷을 갈아입히고 난로를 피웠다. 또 A군이 심하게 허기진 상태라 라면 2개도 끓여줬다.

이후 김씨는 인근 파출소에 전화해 오전 6시 30분쯤 A군을 경찰과 소방 당국에 인도했다. 인도 당시 A군은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가양대교에서 한강에 빠진 뒤 1.5km를 떠내려오다 어민이 쳐놓은 스티로폼 부표를 붙들고 구조를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이 어민에 의해 구조되기 전인 이날 오전 0시께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주변을 수색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을 구조한 김씨는 고양시 행주어촌계 어민이자, 한국해양구조협회 행주구조대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평소 변사체를 종종 발견하곤 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학생을 구조한 건 처음”이라며 “장시간 부표에 떠서 버틴 게 천만다행이고 마음이 아주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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