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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어시장 간다"…野 '오염수 괴담' 맞선 與 PK 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죽겠다. 매주 주말 더불어민주당이 획책한 어시장의 불안을 맞닥뜨린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전봉민 의원이 15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내뱉은 탄식이다. 전 의원의 지역구는 광안리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횟집과 골목 상권이 크게 활성화된 부산 수영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지역 횟집 사장과 어민들의 원성이 쏟아지는 탓에 근심이 깊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검증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방침”라며 “민주당이 정부의 공식 검증을 차분히 기다려주면 어시장 경기가 방어가 될 텐데, 각종 가짜뉴스로 선동을 하니 어민들이 생계 위협을 느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지난 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후쿠시마 괴담 정치 중단, 산업은행 부산 이전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지난 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후쿠시마 괴담 정치 중단, 산업은행 부산 이전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일본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연일 오염수 위험을 경고하는 민주당의 공세를 현장에서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의 국회 본청 사무실에 한데 모여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긴급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부산 서면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하자 대응 방식을 논의한 것이다. 회의 결과 민주당과 같은 날 맞불을 놓기로 했고, 결국 이게 지난 3일 ‘민주당 괴담 선동 중단’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매주 토요일 ‘국쫌만’(국회의원 좀 만납시다) 행사를 통해 지역구민과 소통하는 박수영 의원(부산 남갑)도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우려를 적극 수렴하고 있다. 한 횟집 사장은 이달 초 박 의원을 찾아 “민주당의 가짜뉴스대로라면 일본과 대한민국 횟집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더라”며 “뭐가 진실이냐, 진실을 말해달라”고 물어왔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이 여론 진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칫 민심 이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도읍 의원은 “영남권은 지역구마다 어시장이 있고,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며 “아직까진 영남권 어민들의 분노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치 이슈화하는 민주당에 기울어져 있어서, 여론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아 오염수 방류 관련 민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은 이 대표를 향해 “여기서 나가라”며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선 어민과 상인의 분노의 표적이 언제 국민의힘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근심도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실제 방류가 이뤄지고, 수산물 불안감이 커져 경기가 안 좋아지면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불똥이 튈 수 있다”며 “혹여 기형 물고기라도 발견되면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뜰채로 광어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뜰채로 광어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이 심상치 않자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15일 오후 당초 예정에 없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전격 방문했다. 시장을 둘러보는 김 대표에게 한 상인은 “정치인들이 조용하게 논리적으로 해결을 해줘야 하는데, 국민을 선동해서 너도나도 (생선을) 다 안 먹으려고 한다”고 호소하자, 김 대표는 “그래서 우리가 ‘생선 많이 먹기 캠페인’을 하러 왔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국내산 광어 3㎏ 등 수산물 10만원 어치를 직접 결제했다.

김 대표는 연이어 시장 상인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오염수 배출도 아직 안 했는데 벌써 먹지 말자면 대한민국 어민들 다 굶어 죽으란 얘기냐”며 “정치는 아무리 정략적 목적에 따라 욕심이 있더라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건데 금도를 넘어섰다”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만찬 자리에 함께한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도 건배사로 ‘거짓선동 아웃’ ‘어민 수산업자 힘내라’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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