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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민정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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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심새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다시 등장한 전직 민정수석들의 출마 가능성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남자로 불린 조국 전 민정수석,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자타공인 ‘왕수석’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정권의 총아(寵兒)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란 자리 자체가 대통령의 칼자루를 모아쥐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조국·우병우는 청와대 근무 시절 ‘실세 중 실세’로 활동했다. 부족할 것 없는 학벌(서울법대)이나 재산 같은 배경도 화제였다. 공직자 재산공개 때 ‘예금 20억 현금 부자 조국’(2017년), ‘393억 부동의 1위 우병우’(2016년) 같은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둘은 권력의 정점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비슷하다. 사정(査定)을 좌지우지하던 그들 자신이 피의자·피고인이 됐다. 조 전 수석은 법무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입시 비리·사모펀드 범죄 등이 불거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됐다. 부인(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은 수감 생활을, 딸(조민씨)은 의전원 입학 취소 불복 소송을 하고 있다. 우 전 수석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핵심 인물로 지목돼 1년여 옥살이를 했다.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을 통해 불법 사찰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유죄로 인정했다.

‘조용한 퇴장’ 대신 ‘절치부심 부활’을 꿈꾸는 두 사람이 나란히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걸 본다. 우 전 수석은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서 “평생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10일 SNS에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적었다. 경력이나 정국 핑계를 대고 있지만, 아마도 ‘정치 수사의 부당한 희생양이 됐다’는 억울함 해소가 이들의 진짜 목적 아닐까 싶다. “그 전엔 직권남용죄 처벌례가 거의 없었다”(우병우), “제 가족에게 무간지옥의 시련이 닥쳤다”(조국)며 비운(悲運)을 탓하는게 그 방증이다. 출마야 자유지만, 과거 이들이 휘두른 권력으로 더 억울한 사람이 많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정치적 친정 격인 양당이 둘의 귀환에 난처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