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독 박찬욱 주연 로다주…그 영화 원작 작가 "한국·베트남 닮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식민 지배와 내전, 분단의 경험이 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베트남의 근현대사를 담은 제 소설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동조자』를 쓴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동조자』를 쓴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미국에서 출간한 첫 장편소설『동조자』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으며 언론과 문단의 주목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응우옌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인과 미국인이라는 이중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했던 시간이 모여 소설 『동조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에 태어난 그는 사이공 함락 이후인 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건너갔다.

그는 "소설은 지난 70년간 베트남 역사, 문화, 정치가 배경이다. 전쟁과 식민 지배, 인종 차별과 같은 주제가 심각하고 진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스파이 스릴러 장르를 채택해 유머와 풍자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동조자』의 주인공은 가톨릭 신부인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북베트남 스파이로 미국에 건너간 뒤 CIA 비밀요원이 되며 이중간첩으로 살아간다. 후속작 『헌신자』는 이후 프랑스로 건너온 주인공이 무엇에 헌신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소설『동조자』를 쓴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동조자』를 쓴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조자』는 HBO 드라마로 만들어져 2024년 공개된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가 출연한다.

박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가장 좋아한다는 응우옌은 "그의 드라마가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박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는지를 질문하며 내게 많은 영감을 줬다. 최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기 전에 만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책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응우옌은 이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인 소설을 영상으로 바꾸는 작업이 쉽지 않겠지만 박찬욱 감독이라면 잘해낼 것 같다. 박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가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하다"고 했다.

황석영 『무기의 그늘』 과 안정효의 『하얀 전쟁』 은 베트남전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사진 교보문고

황석영 『무기의 그늘』 과 안정효의 『하얀 전쟁』 은 베트남전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사진 교보문고

응우옌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작가다. "한국의 역사에 흥미를 느껴 이번 말고도 두 차례 한국에 여행 온 적이 있다"며 "한국인 관점에서 쓰인 베트남전 이야기가 궁금해 안정효의 『하얀 전쟁』과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을 읽었다. 한국 여행할 때 한국인들이 베트남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하는지 궁금해 전쟁기념관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하는지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라고 표현한 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 165명을 학살한 일이 있었다"며 "학살이 일어난 곳에 세워진 추모비에는 주어가 빠진 채 '165명의 마을 주민이 희생당했다'는 문구 정도만 쓰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응우옌은 18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을 주제로 북토크를 진행하며 한국 독자를 만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