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승우·이강인이 물려준 '코리아 10번' 자존심 세워 뿌듯"...김은중호 에이스 배준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U-20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인 배준호.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을 달고 뛰었다. 김종호 기자

U-20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인 배준호.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을 달고 뛰었다. 김종호 기자

"대한민국 '등번호 10'의 자존심을 세운 것 같아 뿌듯해요."

한국 축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4강 신화를 일궜다. 미드필더 배준호(20·대전하나시티즌)는 이번 대회에서 현란한 개인기와 저돌적인 돌파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마디로 2017년 대회 이승우(수원FC), 지난 대회(2019년) 이강인(마요르카)과 같은 에이스였다. 지금은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이 된 두 선배처럼 배준호도 에이스 상징인 '등번호 10'을 달고 당당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2017 U-20 월드컵에서 10번을 달았던 이승우. 연합뉴스

2017 U-20 월드컵에서 10번을 달았던 이승우. 연합뉴스

지난 대회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 연합뉴스

지난 대회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 연합뉴스

4강 상대였던 이탈리아 감독은 "배준호는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김종호 기자

4강 상대였던 이탈리아 감독은 "배준호는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김종호 기자

적장도 배준호의 실력을 인정할 정도였다. 4강 상대였던 이탈리아의 카르민 눈치아타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의 10번(배준호)이 매우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14일 금의환향한 배준호를 인천공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배준호는 "4강 진출 후 축하 메시지를 500통 넘게 받았다. 답장하려면 며칠은 걸릴 것 같다"면서 "메시지 보내기 만큼이나 시급한 게 또 있다. 칼국수, 떡볶이, 치킨, 삼겹살 등 그동안 먹고 싶은 음식 13가지를 목록으로 만들었는데, 지금부터 원 없이 먹겠다"고 별렀다.

당초 이번 대표팀은 스타 선수가 없어 '골짜기 세대'라고 불렸다. 대부분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후보 선수였기 때문이다. 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소속팀에서 주전급이던 배준호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배준호는 대회 직전 오른쪽 내전근을 다쳤다. 그 여파로 조별리그 내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대회 초반 부상을 딛고 토너먼트에서 펄펄 날아다닌 배준호. 김종호 기자

대회 초반 부상을 딛고 토너먼트에서 펄펄 날아다닌 배준호. 김종호 기자

배준호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속상했다. 풀 죽어 있는 나를 보신 김은중 감독님이 '상심하지 말고 우선 치료에 전념하라'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간신히 부담감을 털어냈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임세진 루트원스포츠 대표의 도움도 컸다. 배준호는 "지칠 때 '할 수 있다'고 힘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배준호는 토너먼트부터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펄펄 날았다. 에콰도르와의 16강전(3-2승)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동료의 패스를 절묘한 오른발 뒤꿈치 턴으로 연결한 데 이어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와 골키퍼를 연달아 제치고 득점한 장면은 배준호 활약의 백미였다. 이 골은 FIFA가 주목하는 골 후보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도 여러 차례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빗장수비를 허물었다. 그를 막기 위해서 이탈리아 선수들은 거친 반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배준호는 "무관심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배준호는 "무관심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배준호는 "에콰도르전은 조별리그 부진을 깨끗하게 털어낸 '인생 경기'였다. 이날 이후로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나면서 동료들도 안정감을 찾더라. '무관심 속에 대회에 출전했지만, 최대한 높이 올라가서 세상을 놀라게 해주자'고 마음먹은 것도 이때부터"라고 털어놨다.

배준호는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과 이스라엘과의 3-4위전에서 연달아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가 얻어낸 페널티킥은 두 차례 다 이승원(20·강원FC)이 키커로 나서서 득점했다. 대회 3골-4도움을 기록한 이승원은 브론즈볼(대회 개인상 3위)을 받았다. 배준호는 "내가 만든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은 (이)승원이에게 '브론즈볼 트로피의 30% 정도는 내 지분'이라고 했다. 승원이가 '고맙다'라고는 했지만, 밥을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K리그 첫 골이 목표인 배준호. 황인범이 롤모델이다. 김종호 기자

K리그 첫 골이 목표인 배준호. 황인범이 롤모델이다. 김종호 기자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는 4강전을 꼽았다. 그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실력이 좋았지만, 못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같은 소속팀 (조)유민이 형이 우승하면 고기를 사주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소속팀에 복귀하는 배준호는 K리그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그는 "2022~23시즌 트레블(3관왕)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케빈 데브라위너를 좋아하지만, 롤모델 (황)인범이 형이다. 둘의 장점을 합쳐 소속팀과 K리그에서 누가 봐도 공을 찰 찬다고 인정할 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 이전까지는 어시스트하는 게 좋았는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득점하는 데 큰 관심이 생겼다. 프로 첫 골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모두 도전하겠다. 때가 되면 더 높은 곳(유럽)을 목표로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