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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 와중에 중국돈 외유? 野 제정신이냐" 반중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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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친일 프레임’ 공세에 맞서 여권이 ‘반중 마케팅’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로 연일 공세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국민의힘이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14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 등 5명이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것을 ‘조공 외교’에 빗대 일제히 공세를 폈다. 싱 대사가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관저 만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을 해 ‘내정 간섭’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이들이 방중했기 때문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방문 뒤 “방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잘 지켜주길 바란다”며 “혹시나 공식적으로 수행하는 분들에게 폭행이 가해지는 사태 때문에 눈살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했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수행단 일부가 중국 측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을 거론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후 민주당 도종환·박정 의원 등 7명이 15일 추가로 방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와중에 중국 돈으로 어딜 방문한다고요? 제정신입니까?”라고 지적하며 “뇌물성 외유는 아닌지, 김영란법 위반은 아닌지 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시기적으로 좀 적절하지 못했다”고 했고,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명백한 국격 훼손 행위다. 우리 국민은 싱 대사의 태도와 이재명 대표의 처신에 분노했는데, 민주당은 이런 성난 민심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싱 대사를 직접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싱 대사의 무례한 태도와 언행은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외교관으로서의 자격마저 재고해야 될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에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청나라)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발언한 게 알려지기도 했다. 1882년 임오군란 진압을 이유로 조선에 온 위안스카이는 1885년 조선 주재 교섭·통상 대표를 맡아 내정과 외교에 간섭해 역사적으로 비판받는 인물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 9일 강원도 춘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 9일 강원도 춘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투표권 축소론도 재등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싱 대사의 언행을 “명백한 내정 간섭”으로 지칭하며 국내 거주 중국인에게 부여되는 지방선거 투표권 제한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약 10만명 정도의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지는 반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투표권이 없다”며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의 내정 간섭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국회는 ‘상호주의 공정선거법’을 조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상호주의 공정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권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법안으로 한국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국가에서 온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상호주의 원칙을 새로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야권에서는 18세 이상 영주권자 중 중국인이 약 80%에 육박하는 만큼 해당 법안이 ‘중국인 투표권 박탈법’이자 ‘중국 혐오’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14일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이를 근거로 중국이 한국을 혐오한다고 주장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반중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중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여권의 ‘반중 마케팅’은 여론전에서 득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 중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81%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대상 56개국 중 1위로, 2위인 스위스(72%)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지금 2030은 반일이 아닌 반중 감정이 강하다”(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는 말이 공개 인터뷰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다수 국민이 반중 정서를 갖고 있는 걸 민주당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권에선 외교 문제가 정치 공방의 소재로 쓰이는 데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외교는 문자 그대로 다른 나라와의 문제인데, 이를 국내 정치용으로 쓰면 안 된다”며 “여야 모두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있더라도 외교는 정치적으로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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