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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달 표면의 헬륨-3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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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최초로 달에 다녀온 이후 달에 대한 관심은 수십 년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나사(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도 매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도 달 착륙과 기지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달에는 다양한 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달에서 자원을 확보하는 일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달 기지 건설과 달을 거점으로 하는 화성 탐사 계획 등이 점차 구체화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 언스플래시

사진 언스플래시

인류의 미래 광산, 달에서 찾은 에너지원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달에서 자원을 개발해 달에 기지를 구축하는 계획입니다. 물이나 산소와 같은 자원은 물론, 지구에서 달까지 기지 건설을 위한 자재 등을 보내는 것보다 달에서 직접 자원을 채취하고 가공해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달에는 물·산소와 같은 생명 자원은 물론 헬륨-3(Helium-3)라는 차세대 에너지 자원이 있습니다. 헬륨-3는 탄소 배출이나 방사능 오염 등의 걱정이 없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널리 쓰이는 삼중수소와 비교해도 방사선도 거의 없습니다. 약 1g으로 석탄 약 40t에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인 자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헬륨-3가 지구가 아닌 달에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과학계는 달 표면에만 약 100~200만t의 헬륨-3가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는 인류가 약 1만 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달에서 헬륨-3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헬륨-3를 채취해 지구로 옮기는 방식, 달에서 직접 가공하는 방식 모두 너무 큰 비용이 들거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헬륨-3를 지구로 가져온다 해도 이를 활용하려면 핵융합 원자로가 필요합니다. 핵융합 원자로를 건설하는 비용과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헬륨-3 활용하기 위한 노력 덕분에 우주 산업은 물론 로봇, 사물 인식, 자율주행 등 다양한 산업 분야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학계는 달 표면에만 약 100~200만t의 헬륨-3가 있다고 추정한다. 사진 언스플래시

과학계는 달 표면에만 약 100~200만t의 헬륨-3가 있다고 추정한다. 사진 언스플래시

헬륨-3와 인공지능

최근 방한한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먼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는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헬리온 에너지는 2028년부터 핵융합 발전소를 가동, 헬륨-3를 활용한 새로운 전력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5억 달러(약 6398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고, 샘 알트먼도 이 기업에 3억7500만 달러(약 4798억원)를 투자했습니다.

핵융합 에너지를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샘 알트먼이 핵융합 에너지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값싸고 환경 문제가 없는 에너지로 전기를 충당한다면 챗GPT와 같은 거대 AI를 마음껏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헬리온 에너지와 2028년부터 핵융합 전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 첫 번째 고객이 됐습니다. MS는 "앞으로 큰 혁신은 AI와 핵융합 전력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탄소 배출과 더불어 막대한 전력 소모가 환경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공지능(AI)·양자 컴퓨팅·블록체인 등의 개발을 위해 지금보다 더욱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헬륨-3 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한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진 위키미디어

헬륨-3 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한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진 위키미디어

헬륨-3를 찾기 위한 달 탐사 로봇과 AI 개발에도 더욱 속도가 나고 있습니다. 달 탐사로봇의 내비게이션은 AI가 맡습니다. 4K 이상의 카메라로 이미지와 영상을 분석하고 위험 장소를 피해 주행이 가능합니다. 특정 광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학습 데이터로 광물을 분류하는 작업에도 AI가 활용될 전망입니다. 레이저와 센서를 통해 거리를 측정하고 지도를 작성하는 것은 라이다(LIDAR)의 몫입니다.

수십, 수백 대의 AI 로봇이 사람 대신 달 기지 건설 작업에도 참여합니다. 사람이 달의 대기환경에서 직접 작업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달 탐사와 헬륨-3과 같은 달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AI·로봇 등 관련 기술이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사진 엔바토

사진 엔바토

우주 자원의 미래

우주와 관련한 여러 국제 조약에 따르면, 우주는 모든 인류의 공동 유산이고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닙니다. 다만, 우주에서 얻은 자원에 대한 소유권은 아직 불명확합니다. 달에 묻혀 있는 자원을 지구로 가져와 판매하려는 국가들, 민간 기업 간의 분쟁과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인류가 달에서 얻을 자원의 미래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특정 국가가 헬륨-3를 독점한다면 중동 중심의 석유 자원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에너지 가격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게 됩니다. 과거 우주 산업이 일종의 군사 경쟁이었다면 현재 우주 산업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입니다. 헬륨-3가 인류를 구원할 에너지가 될지, 특정 국가 혹은 기업이 독점하는 무기가 될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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