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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환율도 탈중국? 위안화 약세에도 원화값 1200원대 안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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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4일 달러당 원화가치가 전 거래일 대비 7.1원 내린 1278.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내렸지만 최근 원화가치는 달러당 1200원대에 안착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14일 달러당 원화가치가 전 거래일 대비 7.1원 내린 1278.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내렸지만 최근 원화가치는 달러당 1200원대에 안착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란 전망까지 나왔던 원화 가치가 최근 나 홀로 강세로 반전했다. 이런 흐름은 특히 중국 위안화 약세 추세 속에서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 시장이 열리면서, 한국 경제의 탈(脫)중국 흐름이 가속화할 거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에겐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 투자의 ‘대체재’로 한국이 떠오르고 있다는 전망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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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 종가(1271.4원) 대비 7.1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278.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화 값은 소폭 내렸지만, 직전 4거래일 연속 큰 폭 오르며 여전히 1200원대를 유지했다. 원화 값의 예상 밖 강세에 ‘스트롱 원(원화가치 강세)’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달러 당 원화 값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일 1342.1원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쌓인 데다, 연이은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킹달러(미 달러 초강세)’ 기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원화 약세 흐름이 좀처럼 반전하지 못하자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2일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대(對)중국 경쟁 심화, 인구 고령화, 기업·가계의 해외투자수요 확대 등 구조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어 환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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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전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지난달 말 엔비디아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생성형AI 관련 매출 상승에 2분기 실적 전망치를 크게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이날 “기업들이 챗GPT 같은 생성형AI 제품을 구동하려는 목적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수조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신(新) 골드러시로 비견되는 AI 시장 등장에 한국 주력 제품인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실제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13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조3362억원, 코스닥에서 140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달러 당 원화 값도 상승세로 전환돼 지난 9일 1200원대로 진입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 회복이 기대되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 경기 역시 개선될 것이란 일부 평가가 원화 강세를 보이는 것에 일조했다”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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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스트롱 원’은 위안화와 반대 흐름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통화 가치도 통상 중국 위안화와 비슷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 위안화는 기대했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하면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가 부진하자 13일 중국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7일 만기 역레포) 금리를 2.00%에서 1.90%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이 영향에 위안화 약세 추세는 더 커졌다. 실제 위안화 가치는 최근 ‘포치’(破七)라 불리는 심리적 환율 경계선인 달러 당 7위안까지 떨어졌다.

환율에서 위안화 동조 현상이 사라진 것도 AI 시장 등장과 무관치 않다. AI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은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분야다. 특히 최근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면서, 한국은 오히려 중국의 대체자로 부상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맹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노동력이 풍부한 베트남·인도 같은 나라와 기술력이 좋은 한국 같은 나라가 수혜를 입고 있다”면서 “외국인의 코스피 투자가 늘고 외국 기업이 한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 모두 이런 탈(脫)중국 흐름에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긴축 완화 움직임도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배경 중 하나다.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전년 대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로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 상승세 둔화가 뚜렷해 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긴축 완화는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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