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래경 사태’ 이후에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지 못하면서 내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원장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자 “친명계와 비명계간 힘겨루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전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출범 시점에 대해 “이번 주 안으로 출범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혁신위원장 후보 간) 장단점을 비교하고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며 “준비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혁신위원장 후보는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은경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2명으로 압축됐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을 지냈다. 최고위원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김은경 교수 임명이 임박했다”(핵심 관계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도 혁신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자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정 교수에 미련을 못 버린 것 아니냐”(당 관계자)는 추측이 나왔다. 정 교수는 2019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범국민대책위)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처럼 혁신위원장 인선이 늦어지자 “이미 확정된 공천 룰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구가 혁신위이기 때문에 진통이 계속되는 것”(수도권 의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월 친이낙연계 이개호 의원이 단장을 맡은 공천TF를 통해 22대 총선 공천룰을 확정하고, 이를 지난달 8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했다.
하지만 친명계에선 “현재 통과된 공천 룰은 현역 의원에만 유리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혁신위가 공천 룰 자체를 뒤흔들어야 한다”(수도권 중진)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는 이날도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창당의 각오로 국민께 혁신을 약속했던 것이 딱 한 달 전 쇄신 의원총회”라며 “막바지에 몰린 쇄신의 시간, 그 귀한 한 달의 시간을 허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은 철저히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친명계에서 주장해 온 ‘당원 중심’ 혁신론을 반박한 것이다.
윤영찬 의원 역시 라디오에서 “내로남불, 팬덤 정치, 방탄정당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것이냐가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