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사 시작되자 협조한다던 선관위 돌변…권익위 "뭘 감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선관위 채용 비리 실태조사단장인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14일 서울정부청사별관에서 선관위 채용 비리 실태 조사 협조 촉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관위 채용 비리 실태조사단장인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14일 서울정부청사별관에서 선관위 채용 비리 실태 조사 협조 촉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춰야 할 것들이 그리도 많습니까?”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4일 오전 긴급브리핑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했다. 정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며 “선관위는 권익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권익위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권익위의 선관위 채용비리 전담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달 말부터 선관위 조사를 준비해왔다. 언론 질의엔 매번 “선관위와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 역시 “권익위에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부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가 적극 협조하고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자료를 거부한다든지 비협조한 그런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권익위가 조사에 착수하니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부터 권익위에서 중앙선관위 및 17개 시도 선관위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지만, 선관위는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무엇이 그리 두렵고, 무엇을 그렇게 숨기고 싶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권익위 조사에 대한 비협조는 선관위가 중립과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오로지 조직의 부패와 무능을 숨기고 불법적 이익을 위한 방패로 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날 전국 선관위에 도착한 권익위 조사관들에게 ‘감사원 감사 수용’을 이유로 장소 제공과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관위에서 ‘권익위와 감사원의 이중 조사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감사원도 이날 약 10개 시도 지방 선관위에 감사관을 보내 권익위와 비슷한 자료를 요구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중앙선관위 선관위원회의에서 감사원 감사 한정 수용 결정을 내린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중앙선관위 선관위원회의에서 감사원 감사 한정 수용 결정을 내린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앞서 선관위는 헌법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이유로 대통령 직속 기관인 감사원 감사 대신 권익위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9일 선관위원 전원회의를 열고 ‘특혜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한정 수용하겠다고 했다. 대신 헌법재판소에 감사원의 선관위 감찰 범위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앞서 선관위가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감사원의 감사를 회피하여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꼼수였느냐”고 지적했다.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만약 헌재가 선관위의 손을 들어주면 감사원 감사는 무효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선관위는 감사원과 권익위 조사를 모두 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정 부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조사를 거부했다기보다 권익위와 감사원이 협조해 조사를 진행해달라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권익위의 현장 조사 협조 요청은 감사원의 감사 범위와 중복돼 기관 간 업무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익위 실태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이에 대해 같은 날 재반박 입장문을 통해 "선관위는 특혜채용 의혹 관련 중요 자료인 가족관계 확인용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 밝혔다.

12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12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 권익위 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권익위 관련 법률인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9조 2항’에 따르면 수사 및 재판이나 감사원 감사가 착수된 사항에 대해 권익위는 “실태 조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권익위가 감사원보다 먼저 선관위 조사에 나서 해당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선관위 조사엔 부패방지법 외에도 권익위 관련 법률인 이해충돌방지법과 청탁금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며 “두 법률안엔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권익위 조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