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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로드’ 집필 코맥 매카시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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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영화 ‘더 로드’ 시사회에 참석한 코맥 매카시. AP=연합뉴스

2009년 영화 ‘더 로드’ 시사회에 참석한 코맥 매카시. AP=연합뉴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가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89세.

이날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는 매카시가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카시의 작품으로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더 로드’가 유명하다.

또 ‘국경 삼부작’으로 불리는 장편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도 그의 대표작이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윌리엄 포크너 등 미국의 위대한 작가들과 비견됐으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1933년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난 그는 테네시대학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전공하다 1953년 공군에 입대해 4년간 복무한 뒤 돌아와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를 그만두고 시카고로 이주해 자동차 부품 창고에서 일하면서 첫 소설 ‘과수원 지기’를 썼다.

1981년에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던 재단의 펠로십에 선정됐고, 이후 멕시코 국경 부근인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지내며 ‘핏빛 자오선’을 썼다. 미국-멕시코 전쟁이 끝난 뒤 잔혹한 살육이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매카시표 ‘웨스턴 묵시록’의 시원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매카시 특유의 어둡고 묵시록적인 세계관은 이후 작품들에서도 계속된다.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소년들의 잔혹한 모험과 씁쓸한 성장 이야기를 그린 ‘국경 삼부작’은 서부 장르 소설을 본격 순수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찬사와 함께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국경 삼부작의 첫 작품인 ‘모두 다 예쁜 말들’이 1992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미국 문학계의 주류로 진입했다.

또 종말 이후의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더 로드’는 2006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2008년에는 에단·조엘 코언 형제가 연출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원작자인 그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그는 큰 명성을 얻은 뒤에도 은둔 생활을 하며 물질적 쾌락을 거의 누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도 극도로 꺼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세 차례 결혼했고 매번 이혼했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과 2명의 손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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