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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정말 필요했어요"…체크카드 줄었는데, 신용카드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감정평가사 시험을 준비 중인 A씨. 예상보다 수험기간이 길어지자,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론을 썼다. 마땅한 소득이 없는 탓에 신용 대출보다 카드론이 한도가 더 많이 나와서다. A씨는 “카드론을 쓰면 신용점수가 깎이긴 하지만, 저축은행과 비교해서 금리가 좀 더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면서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 이자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자는 차원에서 카드론을 이용했다”고 했다.

신용카드 수는 역대 최고 체크카드는 줄어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신용카드 보유량이 다시 늘고 있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신용카드 수는 1억2417만장으로 전년(1억1769만장)과 비교해 648만장(5.5%)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가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많다.

대체로 증가세를 보이던 신용카드 수는 2011년(1억2214만장) 정점을 찍은 뒤, 2012년부터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특히 2014년(9232만장)에는 1억장 밑으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증가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폭으로 늘어 2011년 신용카드 수까지 넘어섰다.

반면 2018년 1억1143만장까지 증가해 신용카드 수를 뛰어넘었던 국내 체크카드 수는 최근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 시작했던 2020년(1억1002만장) 대비 지난해 체크카드 수(1억509만장)는 493만장(4.4%) 줄었다.

코로나19 생계난에 카드로 급전

사용하는데 현금이 필요한 체크카드 수는 감소하고, 신용카드 수가 다시 늘어난 것은 급전을 필요한 사람이 과거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생계난을 겪는 사람들이 늘자, 당장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신용카드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통해 돈을 빌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카드론 등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양경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원으로 지난해 말(33조6450억원)보다 4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 말(29조1070억원) 대비 지난해 말 카드론 잔액(33조6450억원)은 3년 새 약 15.5% 급증했다.

이 기간 생계형 급전 수요가 많은 50대(25.3%)와 60대(45.3%)의 카드론 잔액이 특히 많이 늘었다. 해당 세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갚아야 할 카드결제금액을 수수료(이자)를 받고 이월해주는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증가 추세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현대)의 올해 4월 리볼빙 잔액은 7조1729억원으로 지난해 4월(6조2740억원)과 비교해 8989억원 늘었다.

“취약차주 위험 대출로 내몰려”

문제는 생계난에 빠진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일종의 급전 창구로 이용하면서, 관련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드사 연체율은 1.53%로 지난해 4분기 대비해 0.33%포인트 급등했다. 실제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 연체율(1.37%)은 2019년 3분기(1.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생각만큼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카드론 등 위험 대출 상품에 몰리는 경우가 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생계가 급한 사람들은 무리한 고금리 감당하면서 돈을 빌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체율 등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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