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공정위, 4대 은행 동시 현장조사…대출금리 담합 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담합 의혹 관련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선 조사에서 금융업계의 운영 상황을 전반적으로 들여다 본 공정위는 이번엔 대출금리와 수수료 결정과 관련해 담합 의혹이 있다고 보고 관련 자료를 집중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부터 이들 은행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들 4곳 은행을 포함해 NH농협‧IBK기업은행‧전국은행연합회까지 현장조사를 벌인 데 이어 두 번째 조사다. 조사 대상을 4곳으로 좁힌 만큼 금리 등 금융권의 독과점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조사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 타깃을 명확히 해 4곳 시중은행의 담합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생겼다는 의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번 현장조사는 각 은행이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정하기까지 의사결정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 2월엔 예금금리와 예대마진을 비롯해 은행업 전반에 걸쳐 담합 여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그 조사 범위를 명확히 했다. 4곳 시중은행의 담합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생겼다는 의미다.

소통 넘어 담합 있었나, 증거 찾기

공정위는 첫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왔다. 대출 종류가 다양한 데다 여러 은행을 동시다발적으로 조사하다 보니 자료량이 상당했다. 1차 검토를 마친 공정위가 현장조사 범위를 대출금리와 수수료로 한정한 것을 놓고 이 분야에서 담합이 있을 개연성을 높게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은행 특성상 이를 이용해 허용되는 수준을 넘어선 정보 공유나 담합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이번 조사의 초점이다. 금융업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의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찾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지대추구 막아라”…尹,보고 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은행업계를 겨냥한 공정위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통신‧금융사의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한 뒤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정위는 그 후속 조치 성격으로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은행 6곳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2월 현장조사 때는 “명확한 담합 증거 없이 현장조사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공정위·금융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비공개로 합동 보고를 받았는데 금융·통신 담합 조사 상황도 보고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인 만큼 대통령실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 조사 상황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업계 “20개 은행 경쟁, 담합 어렵다”

은행권은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담합할 유인이 없고, 금융시장 구조적으로도 담합이 어렵다고 항변한다. 한 4대 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 공정위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에 대한 조사에서도 무혐의 결론이 난 바 있다”며 “정부가 최근 청년도약계좌 금리에 불만족을 표시하는 등 은행권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4일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다른 4대 은행 고위 관계자도 “금리는 은행별로 각자의 사정에 맞게 자금을 운용하며 결정하는 구조”라며 “예컨대 은행에 예금 잔액이 너무 많아 대출로 운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기면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더 많이 판매해야겠다고 판단하면 대출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경영하기 때문에 담합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3개 은행이 시장을 나눠 먹는 것도 아니고 국내 은행 약 20개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