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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홀렸다, 다낭 옆 작은 도시…'일본식 다리' 들어선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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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남쪽으로 달리면 고도(古都) 호이안에 닿는다. 기원전부터 동양과 서양을 잇는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호이안은 다낭으로 무역 중심지가 옮겨가면서 약 15만 명이 사는 소도시로 남았다.

현재 호이안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당일 여행지로 인기인 도시다.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친숙한 다낭에서 가까워서다. 그러나 고요한 휴식을 원한다면 호이안에 숙소를 잡는 게 좋다. 인적 드물고 고급 리조트가 모여 있는 호이안을 거점으로 근교를 여행할 수 있어서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다양성의 도시

 베트남 호이안의 구시가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덕분에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알록달록한 등불과 노란색 외벽은 호이안 구시가지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다만 야시장의 물건은 조악한 것이 대부분이다. 허정원 기자.

베트남 호이안의 구시가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덕분에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알록달록한 등불과 노란색 외벽은 호이안 구시가지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다만 야시장의 물건은 조악한 것이 대부분이다. 허정원 기자.

호이안의 관광 일번지는 구시가지다. 특히 선선한 밤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형형색색의 등불과 고택을 뒤덮은 등나무꽃 아래를 걸으면 수백 년 전부터 바다를 건너 이곳에 왔을 여러 국적 상인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까마득한 과거부터 여러 문명이 교차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평범해 보이는 유적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5월 말, 구도심을 관통하는 투본 강은 색색의 연꽃 모형을 실은 조각배로 가득 차 있었다. 불교 국가 베트남은 한국처럼 부처의 탄생을 기린다. 관광객이 소원을 빌며 강에 띄운 ‘소원초’를 감상하며 걷다 보니 구도심 중심에 떡하니 자리한 일본 다리(내원교)가 나타났다. 1500년대 후반에 이미 일본인 수백 명이 사는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적이다.

호이안 구시가지에 있는 내원교. 약 400년 전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인이 만든 다리다. 사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

호이안 구시가지에 있는 내원교. 약 400년 전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인이 만든 다리다. 사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

인력거가 줄지어 돌아다니는 골목에서는 중국을 만났다. 과거 중국인이 해신(海神)으로 받들었던 천후성모와 관우를 모신 ‘푸젠 화교회관’이 나타났다. 근대 서구의 영향도 호이안 구도심에서 마주쳤다. 가이드 라이 탄 망은 “노란색 외벽의 고택과 가죽공예 상점이 즐비한 건 20세기 초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중국, 프랑스가 공존하는 풍경 덕에 1999년 호이안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시원한 바람 부는 해발 1500m 프랑스 마을

바나힐스 정상부에 있는 골든 핸즈 브릿지. 2018년 완공 이후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허정원 기자

바나힐스 정상부에 있는 골든 핸즈 브릿지. 2018년 완공 이후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허정원 기자

호이안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프랑스 마을 바나힐스도 베트남 중부 지역의 대표 관광지다. 바나힐스는 1919년 프랑스가 건설한 일종의 휴양지다.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아찔한 5.8㎞ 길이의 케이블카를 타고 수십여 분 올라가다 보면 탁 트인 안남산맥의 경치와 함께 창문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2013년 당시 세계 최장 케이블카로 기네스북 세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린쭈아린뜨 불교사당에서 내려다보면 프랑스마을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한 바나힐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부인 만큼 맑다가도 갑자기 이슬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이다. 허정원 기자

린쭈아린뜨 불교사당에서 내려다보면 프랑스마을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한 바나힐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부인 만큼 맑다가도 갑자기 이슬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이다. 허정원 기자

해발 1485m 정상부에 도달한 뒤 거대한 손이 다리를 떠받친 모양의 ‘골든 핸즈 브릿지’를 걸었다. 2018년 완공된 다리로, 바나힐스 최고의 명소답게 인파로 북적였다. 계속 걷다 보니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축소해놓은 듯한 고딕 양식의 생드니 성당을 비롯해 제법 진짜 같은 프랑스 거리가 나타났다. 한라산 8부 능선 높이에 이처럼 거대한 석축 도시를 만든 것이 놀라웠는데, 길 끝자락에서 ‘린쭈아린뜨 불교 사당’과 9층 석탑인 ‘린퐁탑’을 마주쳤다. 높은 언덕에도 어김없이 여러 문명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산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구름이 신기했다.

호이안과 바나힐스를 오가며 몽고메리 링크스·BRG다낭·바나힐스골프클럽 등 여러 골프장을 지나쳤다. 모두 비슷한 거리에 있어서 골프 여행을 즐겨도 좋겠다 싶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 김모씨는 “호이안은 서핑이 유명한 다낭 미케비치도 멀지 않다”며 “일주일 동안 바다와 클럽을 오가며 ‘가성비 높은’ 베트남을 두루 누렸다”고 말했다.

럭셔리 리조트에서 ‘마음 챙김’ 해보니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는 다낭에서 해변을 따라 약 30km 남쪽에 위치한다. 100여개 풀빌라가 야자수 숲 사이로 듬성듬성 흩뿌려져 있다. 리조트 중앙엔 올림픽 수영장 규격의 3단 풀이 별도로 있다. 아직 투숙객이 가득 들어차지 않아서 여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허정원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는 다낭에서 해변을 따라 약 30km 남쪽에 위치한다. 100여개 풀빌라가 야자수 숲 사이로 듬성듬성 흩뿌려져 있다. 리조트 중앙엔 올림픽 수영장 규격의 3단 풀이 별도로 있다. 아직 투숙객이 가득 들어차지 않아서 여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허정원 기자

베트남은 무척 덥다. 5월 말에 30도 후반, 습도 80%에 달하는 찜통더위를 겪으니 긴 낮에는 리조트에 머물며 쉬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역사를 보고 배우는 것과는 별도로 수영·요가·마사지 등으로 심신을 최대한 이완시키는 게 베트남 여행의 본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는 호이안 구시가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 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포브스가 세계 6대 해변으로 꼽은 하미해변과 안방해변을 마당으로 두고 있다. 완벽한 입지 조건과 천혜의 자연만으로 충분한 쉼을 누릴 수 있지만, 리조트가 운영하는 ‘마음 챙김’ 프로그램도 추천할 만하다.

포시즌스 남하이 리조트 내부에 있는 '허트 오브 디 어스 스파(Heart of the Earth Spa)'에선 마사지와 더불어 소원초를 띄우는 '굿나잇 키스 투 디 어스(Goodnight Kiss To The Earth)' 의식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허정원 기자

포시즌스 남하이 리조트 내부에 있는 '허트 오브 디 어스 스파(Heart of the Earth Spa)'에선 마사지와 더불어 소원초를 띄우는 '굿나잇 키스 투 디 어스(Goodnight Kiss To The Earth)' 의식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허정원 기자

저녁에 연못 뒤로 지는 노을을 보며 자연에게 손편지를 썼다. 자연의 주파수와 가깝다는 432Hz의 싱잉볼 연주와 향초 냄새가 곁들여지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마사지 받을 때도 싱잉볼 소리가 심신에 안정을 더해줬다. 야외 정자에선 오전에 맞춤형 요가 수업을, 오후엔 명상 수업을 진행한다. 린다 고 포시즌스 PR 담당 디렉터는 “프로그램 전반이 베트남 불교 지도자 틱낫한의 정신을 본받은 것”이라며 “리조트 자체도 예로부터 어부들이 풍요를 기원하던 불교사원 자리에 지었다”고 설명했다.

요리 배우고 맛집 탐방까지 

포시즌스 남하이에선 리조트 내부와 인근의 농장을 둘러보고 직접 베트남 전통 요리를 만들어 보는 쿠킹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허정원 기자

포시즌스 남하이에선 리조트 내부와 인근의 농장을 둘러보고 직접 베트남 전통 요리를 만들어 보는 쿠킹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허정원 기자

리조트 안에는 허브 40여 종을 비롯한 식재료를 직접 생산하는 농장도 있다. 레몬그라스·바질 같은 이국적인 채소의 향을 직접 맡아보고 요리도 배워보니 베트남 음식에 대한 흥미가 커졌다. 육수를 우려내고 여러 소스를 혼합해 양념으로 쓰는 방식이 한식과 닮았을 뿐더러, 동남아 음식 특유의 향이 세지 않아 좋았다. 호이안의 어느 음식점을 가도 커리·만두 등 익숙한 음식이 많았고, 매운 커리소스를 곁들인 적색퉁돔 튀김이나 바다포도를 얹은 생굴 같은 해산물 요리도 풍성했다. 새콤한 용과(드래곤 프룻) 잎과 각종 허브를 넣은 궁중 샐러드, 소고기 양지와 레몬그라스를 푹 끓여 향을 입힌 쌀국수도 입맛을 자극했다.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는 2015년 포브스가 꼽은 세계 6대 해변인 하미해변과 안방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는 2015년 포브스가 꼽은 세계 6대 해변인 하미해변과 안방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

포시즌스 리조트는 ‘오토바이의 나라’에 걸맞은 이색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발랄한 디자인의 이탈리아 오토바이 브랜드 ‘베스파’를 타고 가이드와 함께 주변 관광지와 맛집을 방문하는 ‘푸디 베스파 어드벤처’ 이야기다. 다만 갑자기 찾아온 스콜 탓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도 아쉽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과 명상을 즐기고, 온갖 문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에 취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여행정보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 걸린다. 시차는 한국이 2시간 더 빠르다. 환율은 1원이 18.25동(VND)이다. 베트남에서 사온 작은 사탕 한 봉지가 9만동(약 5000원)이었다. 베트남은 무비자로 최대 14박15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 투숙객은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 크리스탈 싱잉 볼 체험, 굿나잇 키스 투어스 등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조식, 공항 왕복 교통편, 개인 비서 서비스, 세탁 서비스(하루 최대 6벌)도 무료다. 리조트에서 호이안 시내로 나가는 무료 셔틀버스는 하루 세 번(오후 3, 5, 8시) 운행한다. 바나힐스 투어(45만원), 베스파 맛집 탐방(20만원), 요리 강습(16만원)은 별도 요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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