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 위기에 ‘네탓’ 공방…“文 소주성 때문” “尹정부 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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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을 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여야가 13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악화하는 경제 위기에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400조의 빚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책이 미비하다”고 맞섰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경제학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과 무분별한 (재정) 살포 정책이 경제를 멈춰 세웠고,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은 청년층에게 좌절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너진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하는데, 국회가 거대 야당의 떼쓰기와 입법 독주에 가로막혔다”고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 정부 정책도 (경제 위기에)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 1년 (야당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화답했다.

반면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데 정부가 두 손을 놓고 있다”며 “지금 재정 긴축을 하는 것은 죽을까봐 미리 자살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성공한 단 하나는 검사의 국정 장악”이라며 “수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오염수 투기가 다가와도 정부는 일본의 대변인 역할만 자처하고, 여당은 오로지 대통령실 눈치만 본다”고 지적했다.

경제 위기 대응책으로 야당에서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정부는 이날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민주당이) 35조 추경을 얘기하는데, 지금 세수가 부족하다고 여야 의원들이 걱정하면서 35조를 더 쓰면 대체 나라 살림을 어떡하자는 거냐”고 반문했다. 야당이 미온적인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부 법안으로 발의했다”며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한 총리도 추경과 관련해 “400조씩 국가 빚을 얻어가면서 재정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안 된다.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말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 철학 기조는 법인세를 풀겠다는 ‘줄푸세’인가. 경제 성적표가 0점”이라고 비판하자, 한 총리는 “한국전력 적자가 어디서 나왔나 잘 생각해보라. 국제 가스 요금이 10배 오를 때 단 한 번도 요금 인상을 하지 않은 정부가 바로 의원님 정부”라고 맞섰다. 한 총리는 이어 “새 정부는 그 어려움에도 분기마다 한 번 4번씩 인상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방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도 반복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가 숭숭 뚫린다, 사드 전자파를 쏘면 몸이 튀겨진다는 (얘기도) 전혀 근거 없는 괴담이었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한덕수 총리도 대한민국 전문가가 IAEA에 참여해 해상 방류를 점검한 일이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설명하며 “문재인 정부 때와의 기조와 달라진 게 없다”는 취지로 방어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전날 한덕수 총리가 원전 오염수의 안전 기준이 맞으면 마실 수 있다고 응답한 일을 재차 거론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제가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정화한 물을 마시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IAEA 대변인 같다”고 하자, 한 총리는 “굉장히 예의를 벗어나고 모욕적인 얘기”라고 반발했다.

여당은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화폐 투자 논란, 천안함 발언을 꺼내 야당을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김남국 방지법은 너무 만시지탄”이라며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한) TF팀을 총리실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석준 의원은 이래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과거 SNS에 적은 “천안함 자폭” 발언을 언급하며 “권칠승 대변인과 장경태 최고위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며 “한두 사람의 말실수도 아니고 DNA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도 “이분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