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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권 카르텔 부숴야"…보조금·교육교부금 수술대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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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하게 운영된 민간단체 보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수술대에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관련 규정도 강화한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1억원 넘는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으면 의무적으로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한다.

13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늘어나는 동안 제대로 된 관리ㆍ감독 시스템이 없어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며 “각 부처는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검토해 내년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보조금 사업에서 부정ㆍ비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담당 공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선정에서부터 집행ㆍ정산ㆍ점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ㆍ감독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기획재정부의 국고 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따르면 올해 민간에 지원하는 보조금(경상ㆍ자본 보조 합산)으로 19조1984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개인·비영리법인·영리법인 가리지 않고 정부가 민간에 주는 모든 보조금을 포괄한다. 노동조합이나 각종 시민단체에 나가는 돈이 대표적이다. 2017년 13조원대였던 민간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23조원 안팎 수준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 3조원 넘게 줄긴 했지만 여전히 20조원에 가까운 돈이 민간에 보조금 명목으로 풀리고 있다.

이런 민간 보조금을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주먹구구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일었고, 정부의 일제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국고 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더니 1865건에 달하는 부정ㆍ비리 사례가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보조금 비리는) 납세자에 대한 사기 행위이며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시ㆍ도교육청이 운용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에도 해당하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세수가 증가해 교육교부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남발하고 검증과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부정과 비리의 토양이 됐다”며 제도 개편을 강조했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각 시ㆍ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돈을 말한다. 초ㆍ중등 교육 지원에 주로 쓰인다. 교육교부금은 해마다 내국세에서 20.79%를 떼어 조성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기재부와 교육부 통계를 보면 올해 교육교부금은 75조760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조원 넘게 늘었다.

나라 살림이 빠듯한 상황에서 교부금은 넘쳐나 문제다. 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금 수입이 따라 늘면서 교부금도 불어났지만, 학령인구는 반대로 급감하고 있어서다. ‘묻지마 지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정부 합동 점검 결과 97건·282억원 규모에 달하는 교부금 편법 집행, 낭비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보조금ㆍ교부금 문제를 지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 국무회의ㆍ수석비서관회의 등 자리에서 수차례 언급했고, 대통령실 주도로 범정부 일제 감사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의 거듭된 지적으로 내년도 민간 보조금 예산 삭감과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조금 관리 규정도 강화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민간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민간보조사업) 가운데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하는 기준(총액)을 현행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외부 검증 대상인 사업 수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기준 보조금액이 3억원 이상인 사업 수는 9079개다. 기준을 1억원 이상으로 낮추면 대상 사업 수는 4만41개로 증가한다. 윤 정부 국정과제인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방안’의 일환이다. 바뀐 시행령은 이달 말부터 현장에 적용한다. 오은실 기재부 국고보조금부정수급관리단장은 “시행령 개정으로 민간 보조금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보조금 누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또 회계감사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보조금 사업 규모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보조금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가능한 사안이다. 여야 합의 ‘관문’부터 넘어야 한다. 오 단장은 “관련 개정법안은 이미 제출돼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법안이 처리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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