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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손 들어준 공정위…브로드컴 자진시정안 기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에 ‘갑질’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미국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예정이다. 당초 브로드컴은 동의의결(자진 시정)을 통해 제재를 피하는 듯했으나 공정위는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의의결이 적절하다”고 했던 공정위는 브로드컴을 제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동의의결안 마련하고도…사상 첫 기각 

13일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통해 개시하기로 한 동의의결을 최종적으로 기각한 건 2011년 해당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과 피해 구제방안을 마련하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미국 반도체회사인 브로드컴이 문제가 된 건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삼성전자와 체결한 장기계약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블루투스 등 관련 스마트폰 부품을 연간 7억6000만 달러 이상 자사로부터 독점 구매하는 조건의 계약을 삼성전자에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쟁사인 퀄컴의 신고로 조사를 시작한 공정위는 브로드컴을 제재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냈다. 그러자 브로드컴은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공정위 최종 판단은 동의의결안 기각이었다.

삼성전자 “4000억원대 피해, 구제해야”

당초 동의의결안은 브로드컴이 전문인력 양성과 중소사업자 지원에 200억원을 지출하고, 삼성전자가 구매한 제품에 대해 3년간 기술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동의의결안이 기각된 이유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정도가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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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측은 동의의결안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7일 열린 전원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이 강요한 장기계약으로 인해 4000억원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부품을 구매하지 못해 생긴 손해와 과잉 재고로 인한 손실을 더한 액수다. 이 때문에 동의의결안에 금전적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로드컴이 이를 거부하면서 동의의결 자체가 기각됐다.

공정위는 올해 내로 전원회의를 다시 열고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시 통상적인 사건 처리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4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수천억원대 민사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정위 제재 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이 브로드컴 측에 손해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한편 브로드컴 측은 “공정위 조사팀과 상당 기간 논의해 합의한 내용을 승인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유감”이라며 “동의명령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이익을 줄 수 있는 포괄적 자금 지원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제 브로드컴은 적극 변호할 것이며 자사의 입장이 관철될 것을 확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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