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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北에 정제유 수출 재개…"우크라戰 무기지원 대가인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가 27개월 만에 북한에 정제유를 공식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받은 대가로 정제유를 지원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1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9일 러시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 사이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북한에 정제유를 수출을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지난해 12월 3225배럴(404.18t)을 수출했고 지난 1월 4만 4655배럴(5595.891t), 2월 1만 666배럴(1336.65t), 3월 5140배럴(644.153t), 4월 3612배럴(452.70t)을 각각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북한에 정제유를 공식 수출한 것은 2020년 8월에 255배럴(32t)을 수출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유엔 안보리에서는 대북 정제유 공급량에 대한 '단위' 통일 문제를 놓고 논쟁이 있었는데, 안보리는 배럴이 아닌 톤(t)으로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보고해 온 중국·러시아와 합의 끝에 다섯 종류의 정제유 별로 단위 환상 방법을 공개한 2020년 2월부터 관련 보고에 '톤'과 '배럴'을 병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북한이 요구할 경우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1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대북 유류 공급을 대폭 줄이는 내용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모습. 신화사,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1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대북 유류 공급을 대폭 줄이는 내용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모습. 신화사, 연합뉴스

당시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의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국장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코로나19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러시아 에너지 자원과 다른 상품 수입을 중단했다"며 "북한 파트너들이 상품 거래를 재개할 준비가 되면 상응하는 양만큼의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통해 북한에 1년간 공급할 수 있는 원유와 정제유를 각각 400만 배럴과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정제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올해 정제유 공급 허용치의 약 19%에 달하는 약 9만 9473배럴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RFA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지원한 대가로 정제유 수출을 재개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컨설팅업체 LMI의 수 김 정책실무 책임자는 RFA에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와 원조를 제공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부족한 점을 상쇄하기 위해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김정은이 그 대가로 에너지와 식량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기꺼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RFA에 "러시아가 북한이 지원한 무기에 대한 대가로 정제유를 지불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3일 러시아 국경일인 '조국수호자의 날'을 맞아 공개한 평양 모란봉에 있는 해방탑에 헌화하는 모습. 주북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3일 러시아 국경일인 '조국수호자의 날'을 맞아 공개한 평양 모란봉에 있는 해방탑에 헌화하는 모습. 주북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러시아의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6월 12일)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성스러운 위업 수행"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우방 국가인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과시하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식량과 자원을 받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핵·미사일 고도화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루트는 우방국이 유일하다"며 "자신들이 설정한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노골적인 편 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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