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 아이스크림까지…‘비주류’ 사업 팔 걷은 주류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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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술 판매량이 감소하자 주류 업체들의 대응이 분주하다. 중국 업체 마오타이는 지난해 술을 섞은 아이스크림의 판매를 시작했다. [중앙포토]

술 판매량이 감소하자 주류 업체들의 대응이 분주하다. 중국 업체 마오타이는 지난해 술을 섞은 아이스크림의 판매를 시작했다. [중앙포토]

세계 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맥주·와인 같은 전통적인 인기 술의 소비량은 감소세지만, 낮은 도수와 무알코올을 앞세운 경쟁 주류는 늘면서다. 주요 주류 업계는 생존 전략을 찾는 모습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1인당 맥주 소비량이 1980년대 145.9L에서 2021년 89.4L까지 줄었다. 독일 내 맥주 판매량도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88억L로 전년 대비 소폭 회복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보다 5%가량 적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의 대표 주종인 바이주(백주)도 중국 내 판매량이 2020년 약 77억1000만L로 2016년(130억6000만L)에서 크게 줄었다.

프랑스에선 와인 소비량이 줄면서 특단의 대책이 나왔다. 프랑스 정부는 재고로 쌓인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바꾸는 비용으로 1억6000만 유로(약 22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유명 와인 산지인 보르도 지역의 제조업자들은 전체 포도밭의 약 10%인 1만5000헥타르 정도를 갈아엎을 계획이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와인 소비량(234억7100만L)은 2000년 이후 최고점인 2007년(251억5100만L)보다 약 7% 줄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건강을 이유로 주류 소비 자체가 줄었다.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에는 독일인 1인당 연간 12.7L의 알코올을 섭취했지만, 2014년에는 9.6L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인의 알코올 섭취량은 7.7L에서 7L로 줄었다.

술을 소비하는 패턴도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용량이 크거나 가격이 비싼 술을 덜 찾게 됐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단체 활동이 줄고, 이른바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지는 많아졌다. 특히 무알코올·저도수로 ‘술을 뺀’ 상품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국 술 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민 술’로 통하는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2017년 9억4586만L에서 2021년 8억2584만L로 꾸준히 감소세다. 대신 MZ세대 사이에선 위스키에 탄산수·토닉워터를 넣은 ‘하이볼’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변화에 세계 주류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최고급 바이주 브랜드 마오타이는 ‘노인 술’이라는 인식을 벗기 위해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수제맥주 업체들은 캔 하이볼을 내놓는 등 제품군을 넓혀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제주맥주는 외식 프랜차이즈 ‘달래해장’을 운영하는 달래에프앤비를 인수해 맥주 사업과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술 없는’ 생존 전략도 나온다. 일본 기린맥주의 모회사인 기린홀딩스는 호주 최대 건강식품회사를 최근 인수했다. 중국 우량예는 자동차 제조와 신에너지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주류 시장이 예전만 못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기업들은 술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고, 기존 제품으로는 급변하는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술 시장에서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 노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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