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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男 징역 20년…피해자 "보복 두렵다" 흐느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B씨가 12일 오후 항소심 선고 후 법정 앞에서 흐느끼며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B씨가 12일 오후 항소심 선고 후 법정 앞에서 흐느끼며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30대 남성 A씨에게 1심보다 8년이 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 남성 신상 정보를 10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번화가인 서면 오피스텔 입구에서 20대 여성 B씨 머리를 발로 차 기절시킨 뒤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구호 조치도 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다.

성범죄 혐의 인정, 형량 8년 늘어

12일 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 최환)는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야간 외출금지, 흉기 등 보관ㆍ소지ㆍ사용금지 등을 함께 명령했다. 아동ㆍ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20년)도 부과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만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강간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청바지 등을 추가로 검증했다. 청바지 안쪽 면에서 A씨 것과 동일한 DNA 등이 검출됐다.

“심신미약 상태서 환청에 범행” 주장 안 통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살인 의도가 없었으며, 당시 정신과 약물 복용과 만취 등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욕하는 듯한 환청을 들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성폭력 범죄 의도도 없었으며 피해자 옷을 벗기지도 않았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지난해 5월 22일 부산 서면 오피스텔에서 A씨가 피해자 B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강하게 발로 차고 있다. [사진 로펌 빈센트]

지난해 5월 22일 부산 서면 오피스텔에서 A씨가 피해자 B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강하게 발로 차고 있다. [사진 로펌 빈센트]

하지만 재판부는 “머리를 집중적으로 강하게 얻어맞은 B씨가 많은 피를 흘리는 위중한 상황에서도 A씨는 7분가량 머물며 아무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런 공격 행위가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은 누구라도 인식할 수 있고, 실제 B씨는 상해로 인한 극심한 후유증을 겪게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공격은 성폭력 범죄를 쉽게 실행하기 위해 B씨 의식을 완전히 잃게 하거나 저항이 불가능하게 만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B씨 청바지 안쪽 허리 밴드와 넓적다리 등 위치에서 A씨 것과 동일한 DNA 등이 검출된 데 대해 최 부장판사는 “폭행이나 (B씨를) 어깨에 메고 옮기는 행동으로는 검출되기 어려운 부위”라며 “바지는 저절로 벗겨지기 어려운 형태이고, A씨 말고 다른 인물이 B씨 옷을 벗겼다고 볼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면 살인’ ‘부산 강간’ 검색어에 범행 의도 드러나”  

재판부는 사건 이후 달아난 A씨가 전 여자친구 스마트폰 등에 입력한 검색어에도 주목했다. A씨가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부산 서면 살인 사건’ ‘살인사건 수사 과정’ ‘머리 과다출혈 사망’ 등은 물론 ‘부산 강간 사건’ ‘실시간 서면 강간 미수’ 등을 검색한 사실이 항소심 과정에서 드러났다. 재판부는 "‘강간’ 등 검색어에는 범행 의도나 방법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복 두렵다” 피해자 눈물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선 B씨는 흐느꼈다. 그는 “드러내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으로부터 피해자를 제대로 지켜주지 않으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왜 죄를 지은 적 없는 사람에게 이런 힘든 일이 생기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B씨측 변호인인 남언호 로펌 빈센트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혐의가 뒤늦게라도 인정돼 다행이지만, 양형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공개 요건인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 사실 중대함 등에 대한 판단이 수사기관마다 다른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헌법소원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A씨 구치소 동기라고 밝힌 한 남성은 “A씨가 B씨 집 주소를 알고 있다. (보복 위험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의 변호인인 남언호 로펌 빈세트 대표변호사가 12일 항소심 선고 후 법정 앞에서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의 변호인인 남언호 로펌 빈세트 대표변호사가 12일 항소심 선고 후 법정 앞에서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검찰은 “신상정보 공개명령이 확정되면 온라인을 통해 A씨 얼굴 사진과 성명, 나이, 실제 거주지, 성폭력 범죄 전과 사실 등이 공개될 것”이라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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