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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 입국해 노숙" 72층 맨손등반 영국인 롯데타워 택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인 조지 킹 톰슨(24)이 12일 오전 무단으로 롯데월드타워(555m)를 등반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톰슨은 이미 유럽 각국의 마천루를 오른 이력이 있으며, 6개월 전부터 롯데월드타워 등반을 계획했다.

12일 오전 롯데월드타워를 무단 등반한 영국인 조지 킹-톰슨(24)은 지난 2019년 영국에서 '더 샤드'를 무단 등반해 3개월간 복역했다. 지난 2019년 더 샤드를 등반하는 조지 킹 톰슨(좌)과 지난 2021년 타워크레인을등반한 모습(우). 조지 킹 톰슨 페이스북 캡처

12일 오전 롯데월드타워를 무단 등반한 영국인 조지 킹-톰슨(24)은 지난 2019년 영국에서 '더 샤드'를 무단 등반해 3개월간 복역했다. 지난 2019년 더 샤드를 등반하는 조지 킹 톰슨(좌)과 지난 2021년 타워크레인을등반한 모습(우). 조지 킹 톰슨 페이스북 캡처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톰슨은 이날 오전 5시쯤부터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맨손으로 등반했다. 오전 7시 50분쯤 그를 발견한 건물 보안요원이 그를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당국은 오전 8시 3분 소방차 11대와 인력 54명을 출동시키고, 현장에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구조대원들이 도착한 뒤에도 등반을 계속한 톰슨은 이날 오전 8시 47분쯤 72층(309m)에 도착했다. 빌딩 꼭대기나 절벽에서 낙하산 활강을 하는 ‘베이스 점핑’ 장비를 맨 채였다. 소방당국은 72층에서 톰슨을 곤돌라에 태워 실내로 구조한 뒤 현장에서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은 톰슨을 건조물침입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톰슨은 경찰 조사에서 “롯데월드 타워에 올라 비행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사흘 전 입국해 하루는 모텔에 투숙하고 이틀은 인근 공원에서 노숙했다”고 진술했다.

6개월 전부터 등반 준비…사흘 전 입국 

톰슨은 4년 전부터 도심 빌딩의 무단 등반을 시작했다. 2019년 7월 그는 영국 런던의 고층빌딩 ‘더 샤드’(72층. 310m)를 로프 없이 등반해 3개월간 복역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 ‘더 샤드를 오른 소년(the boy who climbed the Shard)’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더 샤드 등반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13살에 런던 수학여행을 갔다가 버스 창밖으로 처음으로 더 샤드를 봤고, 오르고 싶은 열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안 직원을 따돌리기 위해 정장 차림으로 건물을 돌아다니며 구조를 익히고, 건물 내·외부 사진도 분석했다.

출소 이후에도 각국의 고층 빌딩을 맨손으로 올랐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수감 기간 등반할 건물들의 목록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해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장을 앞둔 포르투 아벤투라 놀이공원의 롤러 코스터를 등반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톰슨은 SNS를 통해 “(등반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몸과 마음이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변한다.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느끼게 되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영국인 등반가 조지 킹-톰슨(24)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6개월 전부터 롯데월드타워 등반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독자 제공

12일 오전 영국인 등반가 조지 킹-톰슨(24)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6개월 전부터 롯데월드타워 등반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독자 제공

롯데월드타워를 맨손 등반한 건 톰슨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6월에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맨손 등반가인 알랭 로베르(61)가 남북관계 진전을 기념한다며 롯데월드타워를 무단 등반해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로베르는 75층까지 등반했다. 지난 2017년 5월에는 스포츠클라이밍 김자인 선수가 ‘123층 타워 빌더링’ 행사에서 안전장비만 이용해 롯데월드타워를 완등했다.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무단으로 올라 건조물침입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영국인 조지 킹-톰슨(24)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무단으로 올라 건조물침입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영국인 조지 킹-톰슨(24)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톰슨도 과거 로베르 등의 등반 이력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알랭 로베르의 영상을 보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롯데월드 타워를 선택한 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또 자신을 도시의 마천루를 등반하는 ‘어반 클라이머’라기보다는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베이스 점퍼’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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