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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테러' 하버드 천재…25년 갇힌 감옥서 극단선택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나바머'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미국의 폭탄 테러범 테드 카진스키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유나바머'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미국의 폭탄 테러범 테드 카진스키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유나바머'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미국의 폭탄 테러범 테드 카진스키가 수감 중 8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25년 이상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카진스키가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연방교도소 의료센터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카잔스키는 이날 오전 자신의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과 경위 등은 불분명한 상태다.

카진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의 대학과 항공사 등에 소포로 사제폭탄을 보내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다치게 만든 테러범이다. 기술문명과 산업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바머(Unabomber)라는 별명은 범행 시 그가 주로 노렸던 대학(University), 항공사(Airline)의 알파벳 앞 글자와 폭파범(Bomber)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1942년 시카고에서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때 아이큐 167을 기록했고, 16세 때 하버드대 수학과에 입학한 수학 천재였다.

24세인 1967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사상 최연소 수학 교수가 되는 등 학계에서 인정받았지만 2년 후 돌연 사표를 냈다.

카진스키가 직접 만들어 생활한 몬태나주 강변의 오두막. AP=연합뉴스

카진스키가 직접 만들어 생활한 몬태나주 강변의 오두막. AP=연합뉴스

이후 그는 몬태나주에서 자신이 만든 오두막에서 문명사회와 단절한 채 생활했다. 전깃불 대신 직접 만든 양초로 불을 밝히고, 직접 사냥한 토끼 고기와 자신이 키운 감자 등을 먹으며 자급자족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몬태나주 산림지역의 생태계 파괴와 개발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폭발물 제조법을 독학으로 익혀 소포로 보내는 테러를 시작했다.

카진스키는 폭탄에 지문 등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아 17년간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1995년 각 언론사에 52페이지 분량의 선언문을 보냈다가 덜미가 잡혔다.

당시 그는 '산업사회와 미래'이라는 선언문에서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혁명을 통해 산업사회를 전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선언문을 본 카진스키의 동생은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형의 문체와 비슷하다고 FBI에 제보했다. 이에 FBI는 1996년 몬태나주 강가에서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정신분열증을 주장해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는 변호인의 전략을 거부했다. 법원은 유죄를 인정한 카진스키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FBI가 공개한 카진스키 체포 직후의 머그샷. AFP=연합뉴스

FBI가 공개한 카진스키 체포 직후의 머그샷.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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