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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누나가 영웅” 아마존 정글서 살아 돌아온 4남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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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맹수와 독사가 우글대는 아마존 정글에서 40일간 실종됐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콜롬비아 어린이 4명의 생존 뒷얘기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스페인 EFE 통신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보고타 중앙군사병원 카를로스 린콘 아랑고 장군은 “종합검사 결과 아이들은 생명에 위협받지 않고 임상적으로 괜찮은 상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4남매의 삼촌 피덴시오 발렌시아는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아이들이 잔해 속에서 파리냐(farina)를 꺼내 그걸 통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파리냐는 카사바 곡물가루의 일종이다. 삼촌에 따르면 아이들은 파리냐가 떨어지자 씨앗을 먹기 시작했고, 이 역시 생존에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아마존 원주민 단체는 “아이들이 생존했다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연습한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아마존 정글에서 40일간 실종됐다가 9일(현지시간) 기적적으로 구조된 4남매. [AP=연합뉴스]

아마존 정글에서 40일간 실종됐다가 9일(현지시간) 기적적으로 구조된 4남매. [AP=연합뉴스]

앞서 콜롬비아 당국은 전날 아마존 정글에서 아이들을 발견해 헬리콥터 등으로 보고타로 이송했다고 발표했다. 경비행기 추락 사고 40일째 되는 날이었다. ‘기적의 아이들’은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다. 비행기에 동승했던 아이들의 어머니와 조종사 등 3명은 사고 15일째에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직후 콜롬비아 당국은 군인과 원주민 자원봉사단 등 200여명과 탐지견을 동원해 수색 활동을 벌였다. 정글에서 어린이 테니스화, 기저귀, 젖병,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이 발견돼 아이들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다. 이후 나뭇가지와 가위, 머리끈 등으로 만들어진 임시 대피소를 찾아냈고, 인근에서 작은 발자국도 발견했다. 아이들은 추락 지점에서 약 3.2㎞ 떨어진 곳에서 구조됐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과 함께 아이들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한 이반 벨라스케스 고메스 국방부 장관은 레슬리에 대해 정글 지식을 이용해 세 명의 남동생을 돌본 “영웅”이라고 칭찬했다.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파티마 발렌시아는 “레슬리가 전사 같은 성격을 가졌다”고 전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카를로스 페레스 열대림 생태학 교수는 “같은 나이대 서양 어린이들이었다면 죽었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숲에 대한 지식이 생존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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