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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틈'으로 베트남인 10명 도주…경찰 그때까지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박하다 붙잡힌 외국인 10명이 경찰 지구대에서 달아났다. 지구대에는 경찰 10여명이 있었지만, 대기하던 공간에는 감시 인력을 따로 배치하지 않았다. 이에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불법 도박 혐의로 붙잡힌 베트남 국적 외국인 10명이 지구대 창문 틈으로 도주했다. 사진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담긴 도주하는 외국인의 모습. [연합뉴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불법 도박 혐의로 붙잡힌 베트남 국적 외국인 10명이 지구대 창문 틈으로 도주했다. 사진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담긴 도주하는 외국인의 모습. [연합뉴스]

지구대서 베트남인 10명 달아나 
11일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광산구 한 단독주택에서 외국인들이 불법 도박을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베트남 국적 외국인 23명을 검거, 오전 5시 40분쯤 광산구 월곡지구대로 데려왔다. 이들은 베트남식 카드도박(일명 타이타이)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을 지구대 회의실에 대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0명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났다. 경찰은 이들이 오전 6시 3분부터 13분까지 10분 만에 달아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회의실 창문을 통해 한 사람씩 도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도주에 이용된 창문은 15도 정도 밖으로 기울일 수 있는 시스템창으로, 열리는 공간이 20㎝에 불과하다. 고양이 한 마리 정도 빠져나갈 공간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1명이 창틈으로 머리와 몸을 빼내는 것을 시도해 성공하자, 나머지 9명도 같은 방법으로 슬금슬금 빠져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달아나고 나서 6시40분쯤 상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11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한 주택에 카드가 널브러져 있다. 이날 오전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로 체포된 외국인 23명 중 10명이 도주해 경찰이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한 주택에 카드가 널브러져 있다. 이날 오전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로 체포된 외국인 23명 중 10명이 도주해 경찰이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 열리는 창틈으로 빠져나가

경찰은 당시 검거 인원이 많자 회의실에 우선 대기시킨 뒤 한 사람씩 차례로 불러내 조사했다. 신원을 확인하고 도박 자금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조사는 언어까지 잘 통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조사는 지구대 근무 1개 팀과 지원 나온 형사 등 경찰관 12명이 담당했다.

특히 체포와 연행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경찰 통제를 잘 따르자 수갑도 채우지 않았고, 대기하던 회의실에도 감시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실이 피의자 관리 시설이 아닌 경찰 업무공간이기 때문에 감시용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경찰은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시스템 창 특성상 도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붙잡힌 23명 중 여성도 6명이 있었지만, 도주한 10명은 모두 남성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한 10명의 체형이 비교적 왜소해 창문으로 달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로 체포된 외국인 23명 중 10명이 집단 도주했다. 사진은 도주한 이들이 빠져나간 창문. [연합뉴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로 체포된 외국인 23명 중 10명이 집단 도주했다. 사진은 도주한 이들이 빠져나간 창문. [연합뉴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를 받은 외국인들이 회의실에 머물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를 받은 외국인들이 회의실에 머물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 추방 염려에…5명 신병 확보
달아난 10명 중 6명은 불법체류자였다. 달아나지 않은 13명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없다고 한다. 이들은 도주 즉시 휴대폰 유심칩을 제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달아나지 않은 베트남인들은 도주한 이들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한 베트남인 모두 신원이 확인돼 수배했다”라며 “형사 90여명을 동원해 추적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30분 기준 도주한 피의자 5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전남 목포와 전북 완주까지 도주했던 2명과 광주에 머문 2명 등 4명은 자수했고, 2명은 경찰 추격 끝에 붙잡혔다. 경찰은 지구대 현장 경찰관을 상대로 감시 태만 또는 피의자 관리 지침 위반 등도 조사하고 있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를 받은 외국인들이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를 받은 외국인들이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에도 검거한 수배자 놓쳐
광산경찰서 산하 다른 파출소에서는 지난해 7월 27일 30대 남성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연인을 폭행한 혐의로 붙잡혔다가 파출소 건물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고 하며 달아났다. 당시에도 수갑은 채워져 있지 않았고, 경찰관 1명만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등 혐의로 수배 상태였던 그는 파출소 인근 지인 집으로 달아났다가 7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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