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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모르는 '초과수입'…택시기사 퇴직금, 이렇게 하면 깎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택시 기사의 퇴직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초과운송수입금(택시기사의 운행수입 중 사납금을 제외한 금액)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대법원에 따르면 1999년부터 경기도의 한 택시회사에 근무해온 A씨(63)는 지난 2015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에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2011년 퇴직금을 중간 정산 받은 이후 약 5년간(1552일) 근무하고 약 223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는데, 사측이 기본급과 근속수당·상여금 등을 기준으로 했을 뿐 초과운송수입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자신의 퇴직금이 약 882만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초과수입, 알아서 가져가면 퇴직금 제외”

지난 1월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옆 도로에 택시미터기 요금 조정 및 도로 주행검사를 기다리는 택시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옆 도로에 택시미터기 요금 조정 및 도로 주행검사를 기다리는 택시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뉴스1.

 1심 법원은 그러나 “원고(A씨)가 주장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피고(사측)가 관리 가능하거나 지배 가능한 부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인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납금을 제한 부분을 택시기사가 알아서 가져가는 구조인만큼 퇴직금을 주는 사측으로선 이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1심의 판결에는 ‘평균임금 산정기간 내(퇴직 직전 3개월)에 지급된 임금이라 하더라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을 산출함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퇴직금 출연에 예측가능성을 기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관리 가능하거나 지배 가능한 부분이 아니면 그 범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05다25113)가 주요 근거가 됐다.

법원은 다만 A씨가 기존에 최저임금(2015년 기준 5580원)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아왔던 점을 지적하며 최저임금을 적용해 평균임금을 다시 산정, A씨의 퇴직금을 총 471만원으로 산출했다. 사측이 A씨에게 지급한 퇴직금 외에 약 248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2심, “미터기·신용카드 보편화…사측, 관리·지배”

택시 기본 요금이 인상된 지난 1월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주차장에서 택시미터기 수리 점검기관 관게자가 미터기를 인상된 요금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 뉴시스.

택시 기본 요금이 인상된 지난 1월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주차장에서 택시미터기 수리 점검기관 관게자가 미터기를 인상된 요금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 뉴시스.

 2심에서도 초과운송수입금을 사측이 관리·지배가능한가가 초점이 됐다. 2심 법원은 2015년 이미 미터기와 신용카드 결제 등이 보편화된 점을 고려하면, 사측이 영업거리·요금·빈차거리·빈차시간 등까지 명확히 확인·특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택시 기사들이 임의로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수입금 전액을 사측으로 선입금하는 만큼 운송수입에 대한 관리·지배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초과운송수입을 산입하자 A씨의 퇴직금 918만원이 됐다.

실제로 2006년 대법원은 “총운송수입금을 전부 피고 회사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사납금 초과 수입금을 개인 자신에게 직접 귀속시킨 경우와 달리, 피고 회사로서는 사납금 초과 수입금의 발생 여부와 금액 범위를 명확히 확인·특정할 수 있어 사납금 초과 수입금을 관리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로부터 납부받은 사납금 초과 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고 선고( 2006다42313)한 적이 있다.

대법, “A씨 노조, 초과수입 퇴직금 제외 합의”

지난해 7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대법관들이 전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대법관들이 전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사측이 A씨의 초과운송수입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처음부터 관여할 수 없었다고 봤다. A씨가 속한 노동조합이 2010년과 2015년 사측과 맺은 임금협정 내용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먼저 노조는 퇴직금 산정시에는 초과운송수입금을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회사에 운송수입 전액을 입금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을 돌려받는 원칙 대신, 사납금만 입금하고 초과운송수입을 기사 개인이 직접 가져가는 방식에 합의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신용카드로 결제가 보편화 됐더라도 카드로 결제받은 부분이 월 사납금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적어 나머지는 현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초과운송수입금의 관리·지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또 A씨의 미터기 운행기록 역시 총 운행 시간 중 영업시간을 제외한 야간 공차시간 및 거리가 커, 운행기록을 그대로 믿기 어려워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초과운송수입금 관련 퇴직금 차액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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