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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금융지원 끝나는데…정부 "문제없다" 말한 3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늘어난 대출의 부실이 터질 것인가. 금융당국은 적어도 정부 금융 지원책 중단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와 금융사가 지원하는 만기연장·상환유예 기한이 아직 많은 남은 데다, 일부 사람들은 벌써 문제없이 대출을 갚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차례 만기연장·상환유예, 총 100조원 지원

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모인 자영업자들. 뉴스1

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모인 자영업자들. 뉴스1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착륙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과 금융협회·은행연합회 및 시중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다. 정부의 집합금지·영업제한에 이들의 수입이 급감하자, 침체한 경기가 회복할 때까지 빚을 갚는 시기를 늦춰주자는 차원에서 처음 시작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는 2020년 4월 시작해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총 5차례 연장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연장 때는 만기연장은 최대 3년간, 상환유예는 최대 1년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기준 만기연장(90조6000억원)·상환유예(9조4000억원) 지원을 받고 있는 대출은 총 100조1000억원(차주 기준 43만4000명)에 달한다고 했다.

“최소 2년 이상 지원 기간 남아”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이 아직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끊긴다면 연체율 증가 등 대출 부실이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적어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로 인해 대출 부실화가 발생하진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실질적으로 2년 이상은 지원되기 때문에 당장의 대출 부실화 위험은 적다고 했다. 우선 만기연장 대출은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최대 3년간 연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적어도 2025년 9월까지는 정책 지원 효과가 이어진다. 또 일반적인 대출도 이자를 잘 갚고 있다면, 통상 만기가 재연장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책이 종료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최대 60개월 상환 가능 15조는 이미 갚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제는 올해 9월 지원이 종료되는 상환유예 대출이다. 이미 이자를 내는 만기연장 대출과 달리 상환유예는 지원 기간 동안 이자나 원금을 갚고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원책이 끊기면 만기연장보다 연체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상환유예 기한이 종료해도 금융사와 협의해 상환계획을 다시 짜면, 사실상 상환 기한을 다시 늦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환유예 대출의 비중은 전체 지원 대상 대출 잔액 중 약 8%로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발표하면서, 상환유예 차주는 올해 9월 유예기간 종료 후 상환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부가 조건으로 넣었다. 이때 상환계획을 짜면서 추가 거치기간 1년에 최대 60개월을 나눠 빚을 갚을 수 있게 상환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사실상 5년간 정부 금융 지원책이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실제 이미 대다수 차주는 상환유예계획서를 작성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 상환계획 수립 대상자는 1만4637명으로 이 중 1만4350명(98%)이 상환계획 작성을 완료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도 차주가 상환부담에 바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것 보다, 상환 계획을 조정해 갚을 수 있게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했다.

금융위는 이미 일부 차주들이 돈을 갚고 있다는 점도 이들 대출이 부실화되기 어렵다는 근거로 들었다. 실제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3월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 대출의 잔액은 약 15조원, 차주는 4만6000명이 감소했다. 금융위는 “자금 여력·업황 개선, 저금리 대환대출을 이용한 상환 완료,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 및 새출발기금 등으로 순조롭게 연착륙 중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급등한 코로나 대출…고신용자 위험도 살펴봐야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뉴스1

다만 전문가들 코로나19 대출 부실 문제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대출뿐 아니라, 일반 고신용 차주의 연체 문제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기간 기록적인 저금리와 자산시장 활황에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이른바 ‘영끌족’들이 많았다는 점이 문제다.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당분간 고금리 정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향후 자산시장 하락과 경기 침체가 겹친다면, 일반 고신용 차주의 대출 연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연체율이 대출 2~3년 후 본격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시기 늘었던 대출의 상환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잠잠하던 연체율은 최근 상승 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시장이 급락하고,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 고신용자 대출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자산시장이나 경기의 과도한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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