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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약 경쟁률 평균 50대 1로 뛰어…‘선당후곰’ 되살아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3호 12면

달아오르는 분양시장

“이번 생에서는 당첨될 수 없겠죠? 나름 착하게 살았는데요.”

“그걸로 안 됩니다. 적어도 임진왜란 때 거북선 노를 저었어야 당첨됩니다.”

“18억원 아파트 보유, 연봉 1억원 외벌이인데 전용면적 84㎡ 가능할까요?”

“선당후곰(먼저 당첨, 후에 고민.)”

올해 청약 ‘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르엘 아파트 분양과 관련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7일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날 호갱노노의 온라인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아파트 1~5위에는 청담르엘을 비롯해 운정자이시그니처, 동작구수방사(사전청약), DMC가재울아이파크 등 청약을 진행 중이거나 청약이 예고된 단지들이 줄줄이 올랐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열기가 달아 오르면서 다시 ‘선당후곰’ 기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우선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5월 말 기준) 전국에서 일반공급으로 나온 아파트 2만6680가구에 청약 1순위에서만 18만5691명이 몰렸다. 평균 7대 1의 경쟁률이다. 서울의 열기는 더 뜨겁다. 1~5월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49.8대 1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5.8대 1) 대비 9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건설사들도 뜨거운 여름분양 대전을 준비 중이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국에서 3만7700여 가구가 주인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38%가량 증가한 물량이다. 『New 대한민국 청약지도』의 저자인 정지영 아이원 대표(필명 아임해피)는 “현재 청약시장은 냉탕과 온탕이 엇갈리는데,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으로 일부 투자 수요가 가세하면서 냉탕이었던 곳이 온탕으로 변해가는 추세”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지방은 아직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미분양이 조금 팔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부산이나 충청 지역은 관심이 높은데 반해 대구·포항 등 여전히 고전하는 지역도 많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3월 7만2104가구, 4월 7만1365가구로 2개월 연속 감소세다.

현재 청약시장에서 완판 깃발이 나부낄 곳으로 첫 손에 꼽히는 지역은 역시 서울이다. 김태훈 부동산칼럼니스트(필명 베니아)는 “그동안 냉각된 분위기에서 분양을 미뤄왔던 인기 단지들이 대거 등장하는 데다, 거품이 꺼진 단지들이 나오고 있어 서울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 대상 아파트 확대(기존 9억원→12억원)도 긍정적 요인이다. 청약 유망 단지로는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이스트폴, 동작구 상도동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 3069가구의 대단지로 지어지는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이문1구역)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서울 청담르엘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20억원 이상을 웃돌 것으로 보임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완판을 예상하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담동의 입지에, 한강뷰와 명문학군을 보유해 상급지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몇 달을 기다려 예약하는 고급 오마카세의 느낌”이라며 “다소 높은 분양가일지라도 완판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분양 시장의 흥행 여부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는 가격이다. 지난해 4월 분양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1년이 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해 무순위 청약과 선착순 분양 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0억원 후반대에서 11억 초반대. 정 대표는 “서울이라고 해도 강북의 9억원 이상은 아직 받아주는 시장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는 6월 이후 분양단지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강북지역 유망 단지로 꼽히는 래미안 라그란데는 이전 분양한 인근 휘경자이디센시아의 분양가(3.3㎡당 2930만원)가 선택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근 분양 사례와 비슷한 가격이거나 낮다면 흥행에 무리가 없겠지만, 그보다 높은 가격이라면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방도 분양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충북 청주테크노폴리스에서 분양한 신영지웰 푸르지오와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는 1순위 청약에서 각각 73.7대 1, 5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아파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는 평가다.

교통호재 등을 내세워 고분양하는 경우는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에선 시장 회복세를 타고 고분양가 논란에도 분양을 밀어붙이는 ‘배짱 분양’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정 대표는 “최근 경기권에서 전용면적 84㎡가 10억원이 넘는 분양 단지가 나왔는데, 이는 처음부터 1순위 완판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입주 때까지 ‘언젠가 되겠지’ 하는 기대로 분양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자칫 다시 시장 분위기가 냉각될 경우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비싸게 나온 단지부터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대 경제 성장률의 현 상황에서 과거처럼 집값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주변 시세보다 최소 10% 이상 싼 분양 물량에 관심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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