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청년 3분의 1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현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3호 30면

결혼 5년차 무자녀 부부 5년 사이 36.3%→45.8%

육아·교육비 부담, 일·가정 양립 힘든 환경이 원인

유자녀 가구 세제 혜택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야

엊그제 만 25~39세 남녀(미혼 및 무자녀 기혼)의 34.3%가 출산 의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신한라이프). 만 25~29세 여성으로 좁히면 52.2%나 된다. ‘딩크족’(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 역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5년 차까지 무자녀인 부부의 비중은 2016년 36.3%에서 2021년 45.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혼부부의 평균 자녀는 0.8명에서 2021년 0.66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젊은 부부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남성은 과도한 육아·교육비용(47.5%)을, 여성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59.6%)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보다 10.8%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여성의 42.6%가 출산과 양육으로 평균 8.9년의 ‘경력 단절’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 보니 아예 ‘비혼’을 선택한 젊은이들도 많다. 신한라이프 조사에서 미혼 남녀의 40.4%가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했는데, 25~29세의 경우 여성(52.6%)의 비혼 의지가 남성(21.6%)의 2.4배 수준으로 높았다. 비혼의 가장 큰 이유는 결혼 비용의 증가(남 38%, 여 31%)였다. 비혼과 저출산 모두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제 혜택 측면에서도 유자녀 가구에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자녀 홑벌이 가구 근로자의 조세 부담은 20.4%로 독신 가구(24.2%)와 3.8%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OECD 38개 국가 중 뒤에서 7번째로, 전체 평균(8.9%포인트)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부분 선진국에선 아이를 낳으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조세 혜택과 현금 복지를 제공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혼인과 출산을 늘리려면 한국도 유자녀 가구 혜택을 늘려야 한다. 결혼 시 세액공제나 혼인 비용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특례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프랑스처럼 자녀가 많을수록 가중치를 부여해 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

사실혼 관계인 동거 부부와 비혼 출산에 대한 제도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2년 45.9%에서 2022년 65.2%로 늘었다.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답변도 느는 추세다. 그러나 법적 부부가 아니면 출산휴가, 돌봄 휴직, 난임 혜택 등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요즘 20대가 결혼은커녕 연애 자체를 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연세대 ‘2021 서울 성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42%가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고 답했다. 60대 남성(29%)보다도 많은 비율이다. 2022년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선 19~34세 남녀의 65.5%가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는데, 향후라도 연애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남녀는 이중 절반에 그쳤다.

청년들이 연애조차 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다름없다. 정치권이 연일 청년을 우선한다고 외치지만, 오히려 선거 과정에서 젠더 갈등만 부추겨 남혐·여혐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정부와 여야가 한마음으로 젊은 층의 어깨를 짓누르는 고용 현실을 개선하고, 경제성장의 정체로 쪼그라든 사회적 기회 구조가 다시 넓어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출산·양육으로 인한 각종 비용과 사회적 허들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