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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새로 짓고 다른 한쪽선 폐쇄…애물단지 석탄화력발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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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호 01면

강원 삼척시 적노동의 폐광산 터에 들어서고 있는 삼척화력 1·2호기. 최영재 기자

강원 삼척시 적노동의 폐광산 터에 들어서고 있는 삼척화력 1·2호기. 최영재 기자

5일 오후, 강원 삼척시 적노동 폐광산 터에선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삼척블루파워가 2018년부터 짓고 있는 ‘삼척화력1·2호기’로 공정률은 약 90%다. 한국에 세워지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다. 1호기는 오는 10월에, 2호기는 내년 4월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삼척블루파워는 올해 초부터 진행 예정이던 시운전도 아직 못하고 있다. 시운전 연료의 육상 운송 계획에 주민들이 도심 환경 파괴라며 반발하고 지자체가 승인 철회를 요청하자 정부는 재검토를 지시했다.

석탄화력발전은 탄소중립(탄소 배출 제로)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여서 주요국이 발전 비중을 줄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충남 보령화력 1·2호기를 폐쇄했고, 윤석열 정부는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할 방침이다. 그런데 삼척화력 1·2호기를 비롯, 2021년 이후 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거나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충남 신서천화력 ▶경남 고성하이화력 1·2호기(이상 2021년) ▶강원 강릉안인화력 1·2호기(2022~23년) 등 7기다. 한쪽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인다며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새로 짓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신규 7기에 들어간 투자비는 약 17조원이다. 총 발전량은 7278㎿(메가와트)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부 추산 5018만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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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화력 1·2호기가 완공 후 상업운전에 들어가더라도 탄소 배출 부담 때문에 경제성 있게 가동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척화력의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282만t으로 대전·광주 지역 전체(2019년 기준)보다 많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해 수익을 회수하려면 30년간 가동률이 80%대여야 한다”며 “신규 7기의 경우 70%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은 57% 정도다. 또 다른 걸림돌은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다. 지역 토박이인 김덕년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은 “삼척화력이 들어서면 환경오염물질의 대량 방출로 시민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최대한 가동을 하되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설비 개선 등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 수급 안정과 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하면 신규 7기의 조기 폐쇄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주민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강승진 한국공학대 명예교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문을 닫으면 좌초비용(전기 요금으로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만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발전소 설비 보강으로 환경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에 힘쓰되,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액화천연가스·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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