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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당초 200억 요구...특검되자 딸 통해 50억 받기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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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거액을 받은 의혹의 ‘50억 클럽’과 관련,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50억원을 직접 받으려다 2016년 11월 국정농단 특검에 임명된 이후 딸을 통해 받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중앙포토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중앙포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최근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박영수 변호사가 특검으로 임명되자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됐고, 지켜보는 눈이 많아 딸을 통해 (돈을 주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2015~2021년 민간업자 김만배씨의 화천대유 자산관리에 근무하며 회사 보유분이던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 받고, 대여금 명목으로 11억원, 퇴직금 5억여원(추정치)을 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다른 ‘50억 클럽’ 당사자들보다 더 긴밀하게 대장동 사업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2015년 3월 성남시 측이 화천대유 측(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직후 박 전 특검이 김만배씨에게 5억원을 송금했는데, 향후 김씨로부터 받는 돈에 대해 ‘투자에 따른 수익’이라는 명분을 쌓을 목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우리은행 역할 축소에… 200억→50억

당초 박 전 특검은 50억원이 아닌 20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입을 열지 않던 김씨도 50억 클럽과 관련해선 진술을 내놓고 있다. 김씨는 “2014년 10월쯤 박 전 특검이 먼저 2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요구한 게 맞다”는 취지로 검찰에 말했다고 한다.

박 전 특검과 그의 측근 양재식 변호사는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 공모에 앞서 김만배 ·남욱·정영학씨로부터 “우리가 준비 중인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지분을 투자하고, 대출해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고비 명목으로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를 받는다. 당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 내부 반대 의견으로 결국 지분 투자가 무산되고 대출의향서만 써주는 역할로 축소됐다. 검찰은 이에 맞춰 박 전 특검의 수고비도 50억원으로 줄었다고 보고 있다. ‘200억 약속’에 따라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당초 계획보다 우리은행 개입 정도가 줄어들자 50억원으로 합의가 조정됐다는 것이다.

곽상도 아들처럼 '우회로'… 박영수 딸, 50억 받기 전에 수사 시작돼

대장동 개발을 맡았던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박영수 전 특검와 딸과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은 이 회사에 근무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을 맡았던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박영수 전 특검와 딸과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은 이 회사에 근무했다. 뉴시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딸을 통해 돈을 받기로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곽 전 의원도 아들 퇴직금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특검의 딸과 곽 전 의원 아들은 공통적으로 화천대유에 근무했고, 각각 11억원, 5억원씩 회사에서 돈을 빌렸다. 다만, 박 전 특검 딸은 분양 받은 아파트 시세차익과 퇴직금 등을 합쳐도 총 수령금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약속된 돈 전달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 아들이 2021년 4월 사직해 퇴직금을 받은 것과 달리, 박 전 특검의 딸은 계속 일을 하던 도중 수사가 본격화됐고 이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다음주 초 양재식 변호사를 불러 조사하고, 이후 박 전 특검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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