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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철거 … 원형 복원 나서는 광화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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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이 다음달 4일 철거에 들어간다. 아니, 정확히 말해 원형 복원을 향한 첫 삽을 뜨게 된다. 일제시대 왜곡된 제모습을 찾고, 1968년 박정희 대통령 당시 콘크리트로 지어졌던 건물도 조선시대의 목조건물로 되살아난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광화(光化)'는 '빛이 사방을 덮고 가르침이 만방에 미친다'는 뜻이다. 중국 고전 '서경'(書經)의 '광피사표화급만방(光被四表化及萬方)'에서 따왔다. 1395년 태어나 한국사의 고난을 함께해온 광화문에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

현재의 광화문은 68년 재건 당시 조선 후기 중건 때보다 북쪽으로 14.5m, 동쪽으로 10m 옮겨져 세워졌다. 또 조선총독부 건물과 수평을 맞추다 보니 경복궁 중심축에서 동쪽 방향으로 5.6도 틀어진 기형으로 건설됐다. 새 광화문은 이런 오류를 모두 바로잡게 된다.

해체공사가 시작되는 다음달 4일은 1394년 경복궁 창건을 위해 개토제(開土祭)를 거행했던 날이다. 공사장에는 가로 58m, 세로 20m의 초대형 가림막이 걸린다. 설치미술가 양주혜(51)씨의 작품으로, 철거공사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사용된다. 광화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형상화했다.

새 광화문은 2009년 말께 일반에 공개된다. 용성문.협생문.수문장청 등 12개 건물도 새롭게 복원된다. 역사도시 서울의 면모를 갖추자는 취지다. 공사에는 총 244억원이 들어간다. 1990년에 20년 계획으로 시작된 경복궁 원형복원 사업이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광화문의 현판도 교체된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쓴 지금의 한글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다. 새 현판은 광화문 복원이 완료되는 2009년 제작될 예정이다. 1867년 중건 당시 서사관이었던 임태영의 휘호를 유리원판 사진에서 모사하거나, 아니면 현대의 유명 서예가에게 새 글씨를 의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복원공사 중 교통혼잡도 예상된다. 광화문이 현재보다 14.5m 앞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궁능관리과 김종수 과장은 "도로를 유선형으로 바꾸고 교통신호 체계도 변경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협의해 탄력적 교통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관련 비용 30억원을 서울시에 지원한다.

◆가림막 설치작품 만든 양주혜씨

"광화문 과거·현재·미래

한눈에 보이게 디자인"

광화문 철거공사에 사용될 가림막 디자인이 23일 처음 공개됐다. 설치미술가 양주혜(사진)씨의 작품 '과거-현재-미래의 광화문을 하나로'다. 바탕에 한국화가 김학수(87)씨가 1975년 그린 '북궐도'(北闕圖.북궐은 경복궁을 이르는 말)를 놓고, 그 위에 현재의 광화문을 겹친 다음, 다시 그 위에 미래의 광화문을 바코드 형태로 표현했다. 경복궁 창건, 중건 시기 등을 알려주는 연도도 표기했다.

양씨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복궁의 옛 모습을 일러주는 '북궐도'를 작품에 넣은 것도 광화문 복원의 의미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북궐도와 현재의 광화문, 그리고 미래의 광화문이 모두 겹쳐보이도록 했습니다. 과거는 지운다고 완전히 지울 수 없는 것 아닐까요. 미래의 광화문을 상징하는 바코드의 흰색 부분도 동쪽으로 5.6도 기울어지게 했어요. 새 광화문이 정남향으로 세워지듯 교보문고 자리에서 보면 정면에서 보는 것 같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현재 홍익대 강사로 있는 양씨는 83년 서울 공간화랑을 시작으로 계몽사 사옥 조형물, 프랑스 문화원 설치작품, 문화관광부 청사 설치작품 등을 만들어왔다.

가림막은 다음달 1, 2일 설치된다. 총 2억원이 들어가며, 나중에 재활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정호 기자<jhlogos@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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