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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캠퍼스서 바이오 연구…산·학·연·병 클러스터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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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승환 총장은 “송도에 병원과 양자컴퓨터, 연구소 등 사이언스파크가 들어서면 연세대의 연구력은 크게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서승환 총장은 “송도에 병원과 양자컴퓨터, 연구소 등 사이언스파크가 들어서면 연세대의 연구력은 크게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연세대는 2010년 인천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열었다. 이후 연세대 신입생은 1년간 이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머무르는 RC(Residential College) 교육을 받고 있다. 지금 국제캠퍼스는 2단계 사업이 한창이다. 송도세브란스병원 공사가 시작됐고, 양자컴퓨터를 설치해 바이오 분야의 연구 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서승환(67) 연세대 총장은 13년 전 송도총괄본부장으로 국제캠퍼스 설립을 주도했다. 이제 그는 총장으로서 국제캠퍼스 제2의 탄생을 지휘하고 있다. ‘산학연병(산업·대학·연구소·병원)’의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그를 7일 연세대에서 만나봤다.

지난 10여년간 국제캠퍼스의 성과는.
“학생들이 보통 3인 1실로 생활하는데, 전공을 섞어 배정한다. 1년간 밤낮으로 함께 생활하다 보면 다른 전공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융합적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학부 수준 학생이 융합적 사고를 기르겠다고 타 전공 서적을 찾아보긴 어렵지 않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사를 확장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또 예전엔 연세대가 결속력이 약하단 얘기도 들었는데, 10년간 학생, 동문의 결속력이 놀랄 만큼 강해졌다. 장기적으로 대학 발전의 큰 동인이 될 거라 본다.”
국제캠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1단계는 RC 교육이 핵심이었고, 2단계는 ‘연세 사이언스파크’ 조성이 핵심이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이 4~5년 뒤 준공되는데 이를 중심으로 바이오 연구 클러스터를 만든다. 이미 일부 관련 기관이 들어왔고, 연구소나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바이오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융합 연구도 중요하다. 향후 스타트업을 만들 수도 있고, 연구 수익도 발생하도록 할 것이다. 이런 계획을 뒷받침하는 게 내년에 국제캠에 설치 예정인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가 어떤 도움이 되나.
“계획대로 도입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5번째 양자컴퓨터 보유국이 된다. 워낙 고가 장비라 다른 대학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기업이나 지자체 등도 참여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계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방대한 계산을 해야 하는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 분야는 물론이고 기상 예측이나 암호체계 분야 등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취임 이후 ‘융합’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교내 연구자끼리도 융합하기 어렵다는 게 늘 아쉬움이었다. 올해 ‘프로젝트Y 연구원’을 설립하고 융합 연구를 공모했다. 융합하고 싶은 분들이 팀을 구성해서 신청하면 3년간 연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큰 과제를 따내기 위한 마중물 자금이다. 외부 과제를 따내면 후속 지원을 해주는데, 따내지 못해도 상관없다. 실패가 아니라 장차 다른 연구로 이어질 경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융합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한 분야만 가지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2년 전에 AI융합대학을 만들었는데, 학부 전공이 무엇이든 AI와 융합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다. AI와 경영대학, AI와 사회과학대학 등 각 전공에 적합한 AI 과목을 개발해서 학습하도록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수업 방식으로는 제한이 많고 너무 느리다. 온라인 플랫폼에 수백개의 강의를 만들면 학생이 필요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서 총장은 취임하기 전인 2019년부터 온라인 교육 플랫폼 필요성을 주장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이었다. 취임 후인 2021년, 연세대는 지식 공유 플랫폼 ‘런어스(LearnUs)’를 선보였다. 이제는 학내 모든 수업이 런어스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고, 일반인을 위한 무료 및 유료강좌도 올라온다.

런어스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학내 강의는 물론 30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공동강의도 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콘텐트로는 무료로 제공하는 공개 과정, 유료로 제공하는 전문 과정이 있다. 유튜브에도 지식 콘텐트는 많지만, 우리는 대학에서 철저히 검증해 신뢰할 수 있는 것만 올라온다는 게 차이점이다. 앞으로는 유료 과정을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전문적인 콘텐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교육 혁신을 위한 플랫폼이자 대학의 수익 모델이 되는 셈이다.”
등록금 동결, 학생 수 감소로 대학이 위기인데.
“교육도 일종의 서비스인데, 15년간 가격이 동결된 서비스가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대학 등록금은 아주 예외적 상황이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그만큼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개별 대학이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다. 전체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정부가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의대 선호가 높은 반면 문과 열세가 심해지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원인은 간단하다. 의대 쪽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생애 평균 소득이 높기 때문이다. 인문계나 공대 출신으로 더 높은 소득을 기록하는 사람도 많지만, 평균적으로는 낮은 게 사실이니까. 국가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인재가 몰리는 게 굉장한 낭비지만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융합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더 큰 가치, 소득이 발생할 수 있다. 어느 전공이든 중요도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서승환 총장=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석사 학위를,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미시경제학 강의와 저서가 유명하다. 교내에서는 기획실장·송도총괄본부장 등의 보직을 거쳤고,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서울시 수도발전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2020년 2월 연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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