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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서 우루루”…수내역 사고에 불안한 분당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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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수내역 2번 출군데요. 에스컬레이터가 멈췄어요. 사람들이 넘어졌어요. (위에서) 쭉 내려와요. 도와주세요.”
8일 오전 8시19분119종합상황실. 20대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를 신고했다. 이 전화를 시작으로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순식간에 20여건 접수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도권전철 수인분당선 수내역 2번 출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가 급정지했다가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다쳤다.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CCTV 화면 캡처.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CCTV 화면 캡처.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사고는 이날 오전 8시19분쯤 2번 출입구 오른쪽 상향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했다. 작동하던 에스컬레이터가 잠깐 멈추더니 아래로 역주행하면서 밀려서 넘어지고 떨어진 김모(58·여) 등 3명이 허리와 다리 등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서모씨(47·여) 등 11명도 무릎과 발목 등에 찰과상 등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수인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급정지해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수습 직후 철도당국은 펜스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손성배 기자

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수인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급정지해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수습 직후 철도당국은 펜스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손성배 기자

사고가 출근 시간대와 맞물린 탓에 사람들이 몰린 탓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제공한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자 탑승했던 시민들이 줄줄이 넘어지면서 하단부에 겹겹이 쌓이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시민이 에스컬레이터 난간 밖으로 튕겨 나가는 아찔한 순간도 포착됐다. 사고가 나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아래에 깔린 승객들을 끄집어내는 등 구조하는 장면도 있다. 사고 수습을 마친 철도 당국은 2번 출입구에 펜스를 설치하고 사회복무요원 2명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수내역은 1994년 문을 열었다. 총 4개의 출입구 중 2번 출입구와 4번 출입구에만 2009년부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다. 올해 기준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승차 1만3336명, 하차 1만3196명으로 경기남부 지역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수내역의 운영 주체는 코레일이지만, 에스컬레이터의 운영과 관리는 A위탁업체가 맡는다. A위탁업체는 매달 1차례 안전점검을 하는데 지난달 10일 진행된 검사에선 ‘양호(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1차례 진행되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정기점검 역시 지난해 9월 30일 ‘합격(유효기한 2023년 7월 7일)’ 판정을 받았다.

특히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에는 2020년 역주행방지장치도 설치됐다. 하지만 이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동 조작된 정황도 없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고 조사를 맡은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장비 결함, 점검 소홀 여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해달 에스컬레이터 운영을 중단하고, 수내역과 같은 시기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8개 역 37대 에스컬레이터도 모두 점검할 예정”이라며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를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시설물 관리와 안전 점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내동 주민 박모(65)씨는 “2번 출입구는 우리 아들딸이 출·퇴근길에 항상 이용한다. 사고로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고 해서 혹시 우리 아이들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어르신들도 많이 다니시는 곳인데, 무서워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자동 주민 강모(68)씨는 “출입구에 펜스를 쳐 놓고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재난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고 했다.

최근 들어 이 일대 공공시설물 관련 사고가 잇따르는 점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4월에는 이날 사고 현장에서 1.5㎞ 가량 떨어진 정자교 보행로가 무너져 다리를 건너던 40세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은 철근이 부식하고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한 상태에서 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붕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정자동 주민 최모(65)씨는 “주민들 사이에서 노후한 시설을 모두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사고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소방당국 등이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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