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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저시급 전국 평균 1천엔 연내 목표...임금 올려 '중산층 회복'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올해 내에 시간당 최저 임금을 전국 평균 1000엔(약 9400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정부의 향후 경제 정책 방향을 밝힌 '경제재정운용과 개혁의 기본방침'에서다.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감소한 가운데,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경기 활성화를 꾀하고 '두꺼운 중산층'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도쿄의 한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AFP=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AFP=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날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어 임금 인상 촉진을 통한 '두꺼운 중간층'의 재구축을 내건 기본방침의 초안을 확정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전국 평균 961엔(8973원)에 머물고 있는 시간당 최저 임금을 올해 안에 1000엔까지 올릴 방침이다.

일본의 2023년 시간당 최저 임금은 도쿄(1072엔)나 오사카(1023엔) 등 대도시에선 1000엔을 넘어섰지만, 오키나와·사가·나가사키·구마모토 등은 853엔(약 7970원)으로 상당수 지방에서 8000엔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지방 간 격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올해 내 평균 최저 임금을 400엔 가까이 늘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각종 제도 개혁으로 가정의 실질 소득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내년부터 소액투자 비과세제도를 확충해 가정의 자산 소득을 증대시키는 한편, 개인 사정으로 인한 이직에도 회사 사정으로 인한 이직과 같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제 안정화를 위해 일정 소득 이상이면 받지 못하던 아동 수당의 소득 제한을 없애고 육아휴직 급여도 늘릴 예정이다.

월급 오르지만 실질 임금은 감소  

일본은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전까지 '1억 총중류사회'(인구 중 1억 명이 중산층이라는 의미)를 내세웠을 정도로 탄탄한 중산층이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였다. 그러나 30년에 걸친 불황 동안 평균 임금은 약 4.4% 오르는 데 그쳤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며 중산층 붕괴 현상이 심화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2019년 세대 소득 중앙값은 374만엔(약 3497만원)으로, 1994년과 비교해 25% 줄어들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취임 직후부터 "분배 없이 성장 없다"는 구호를 내세우며 임금 상승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노렸다. 일본의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올해 5%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고, 일부 대기업은 이를 상회하는 임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 6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근로 통계에 따르면 4월 일본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은 전년 같은 달 대비 3% 하락하면서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사히신문은 "봄철 임금 인상 투쟁의 영향으로 명목 임금은 늘어났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실질 임금이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물가가 안정되고 실질 임금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은 올해 가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또 이번 기본 방침에서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팽창된 세출 구조를 평상시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하고 '2025년도 기초재정수지 흑자화'라는 종래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의에서 자신의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강조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다"며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8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계절 조정치)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내각부는 이런 추세가 1년간 지속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라고 밝혔다. 또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4월 국제수지통계(속보치)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액은 1조8951억엔(약 1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6.3% 늘어 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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