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수당? 출산비 지원? 인구 못 늘린다" 단호한 日의원 근거 [이제는 이민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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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출범과 취업이민정책 제도 개혁을 주도한 기무라 요시오(木村義雄) 전 자민당 참의원이 지난달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현 자민당 외국인 근로자 등 특별위원회 특별 자문이기도 하다. 도쿄=이영근 기자

2019년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출범과 취업이민정책 제도 개혁을 주도한 기무라 요시오(木村義雄) 전 자민당 참의원이 지난달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현 자민당 외국인 근로자 등 특별위원회 특별 자문이기도 하다. 도쿄=이영근 기자

“그건 무리입니다.”

지난달 13일 일본 도쿄 주오(中央)구 사무실에서 만난 기무라 요시오(木村義雄·74) 전 일본 자민당 참의원은 “출산 장려 정책이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후생노동성 차관을 지낸 그는 현재 일본 자민당 외국인 노동자 등 특별위원회 특별 자문을 맡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한국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 해당한다. 일본 외국인 노동자 문호를 넓힌 주역 가운데 한 명인 그를 만나 저출산·고령화 사회 해법을 물었다. 30년간 이 문제를 고민한 노익장(老益將)은 어떤 질문에도 막히는 법이 없었다.

일본은 흔히 폐쇄국가로 불렸다. 기조를 바꿔 2019년 외국인 정책에 큰 변화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일손, 노동 인구가 모자라다. 비숙련 노동 영역은 특히 그렇다. 이런 지적은 계속 있었다. 그런데도 이민은 안 된다고 했다. 우파나 좌파 가릴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달 11일 2면 톱기사를 통해 30년간 운영해온 기능실습제도 폐지 소식을 전했다. 기사 제목은 ″기능 실습 폐지안...인재 획득 경쟁에 위기감...일하기 쉬운 환경 담보″. 도쿄=이영근 기자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달 11일 2면 톱기사를 통해 30년간 운영해온 기능실습제도 폐지 소식을 전했다. 기사 제목은 ″기능 실습 폐지안...인재 획득 경쟁에 위기감...일하기 쉬운 환경 담보″. 도쿄=이영근 기자

우파와 좌파가 모두 이민 확대를 반대했나?
그렇다. 다만 각각 반대 논리가 달랐다. 우파에서는 ‘단일 민족성’을 강조했다. 이민자가 늘어나 알 수 없는 ‘이민자 거주지’가 생기면 슬럼화해 범죄가 증가한다는 거나 불법 체류 등 사회 문제를 우려했다. 반면 좌파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일본인의 일자리를 뺏긴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외국인이 값싼 임금을 받으면 내국인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식이었다.
일본의 일손 부족은 얼마나 심각한가?
생산 가능 인구는 일반적으로 15~64세다. 일본은 이 연령대 인구가 최고 절정일 때와 비교하면 1300만 명 감소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만성적인 일손 부족’을 호소했다. 현재 일본은 고령 인구가 3500만~3600만 명 정도지만 15세 이하 인구는 천몇백만 명에 불과하다.
출산율을 높여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단호하게) 무리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낮아진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가족 수가 곧 노동력 수였던 과거에는 가난한 집일수록 아이가 많단 말도 있었다. 지금은 한 아이를 소중히 키우는 게 대세다. 일본도 정책 가운데 출산장려도 물론 있지만, 그건 (노동력 부족에) 안 통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건 시대의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점을 바꿔야 한다. 출산 비용 무료, 아이 수당 확대 같은 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과 노동력 확보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나?
물론 노동력과 출산율은 상관관계가 있다. 다만 대책은 나눠 세워야 한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생산 가능 인구가 되려면 15년 이상, 실제로는 2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출산율이 두 배가 된다고 해도 노동 인구가 바로 회복되진 않는다. 단기·중기·장기 관점으로 정책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생산 가능 인구를 오직 새로운 출산으로 해결하려는 생각 자체가 단기와 장기 정책을 혼동하는 것이다.
2019년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출범과 취업이민정책 제도 개혁을 주도한 기무라 요시오(木村義雄) 전 자민당 참의원이 지난달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現 자민당 외국인 근로자 등 특별 위원회 특별 자문) 도쿄=이영근 기자

2019년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출범과 취업이민정책 제도 개혁을 주도한 기무라 요시오(木村義雄) 전 자민당 참의원이 지난달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現 자민당 외국인 근로자 등 특별 위원회 특별 자문) 도쿄=이영근 기자

이민 정책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 반대를 뚫고 인기 없는 정책을 고수한 이유는?
처음 외국인 인력에 관심을 가진 분야는 ‘개호(보건 의료·돌봄)’였다. 30년 전부터 관련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데이터가 나왔다. 일본은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를 봐주며 한집에 살았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는 노인과 어떻게 어울려 지내야 하는지 그 자체를 모른다. 고령화하는 인구를 누가,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모르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외국에서 개호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외국인 이민 정책에 관심을 가졌다.
우파와 좌파의 반대를 각각 다르게 설득했을 듯하다.
먼저 우파 정치인에게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전부터 경제계에서 “일손 부족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 요구를 가장 많이 받은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 아마 아베 전 총리일 것이다. 처음 특정 기능 제도를 가져왔을 때 우파 정치인 중에서는 “누가 이런 괘씸한 정책을 가져왔느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그래서 그 정치인에게 “아베 신조의 뜻입니다”라고 했더니 반대가 쏙 들어갔다. (웃음)
사실 우파나 좌파 모두 절대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부분은 외면할 수 없다. 설득할 필요조차 없는 현실이다.
외국인을 무작정 데려올 순 없다. ‘잘’ 데려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국인을 고용할 때 일본인과 똑같이 대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할 때 여러 조건이 붙는다. 이걸 간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에게 일본이 ‘선택받을’ 수 있다. (일하게 해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외국인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도쿄가 지방보다 최저임금이 높다. 그러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지방에 정착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 노동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지방이다. 지방은 인구가 줄고, 도쿄만 인구가 늘고 있다. 지방에 집이 있는 사람이 도쿄로 옮기긴 어렵지만, 거주지가 없는 외국인은 더 쉽게 도쿄로 이동한다. 지방에서 ‘일해주는’ 외국인에게 따로 교부금을 줘서라도 일본인보다 오히려 더 지원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일본으로 외국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지 말지 논의를 넘어, 오히려 ‘선택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놀랍다.
어떻게 일본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오게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선택받을 나라’를 만들자는 얘기는 이미 늦었다. 구체적으로 선택받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급여 수준을 높이고, 치안이나 제도적인 부분에서 일본에 살면 좋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내국인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뺏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일손이 부족한 분야는 돌봄, 병간호, 운송 등이다. 사회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보건의료, 돌봄, 배달·택배, 환경미화 분야 등에 종사하는 필수 노동자, 즉 ‘에센셜 워커(essential-worker)’가 부족하다. 일본인은 이런 일을 하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는데 직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화이트칼라였다가 일자리를 잃은 일본인도 적극적으로 ‘일자리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나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거대 IT 기업에서는 대량 해고 얘기가 이어진다. 10만 명 규모를 해고할 것이라고 한다. 금융기관 종사자 같은 ‘화이트칼라’가 이젠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과 AI의 등장으로 그런 상황이 됐다. 
일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속해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선택받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현재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급여 수준이 높아졌다. 동남아시아 등 외국에서 오는 사람은 결국 급여가 높은 곳으로 간다. 자기 나라보다 돈을 더 주는 곳으로 간다. 상하이 같은 중국 해안 지역은 일본보다 임금이 훨씬 높다. 상하이의 고령화가 시작돼 개호 인력을 빨아들인다면 일본으로 누가 오겠나.  
국제적으로 인력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노동자가 일본으로 많이 오지만, 영원할 수 없다. 아프리카의 노동자는 이미 유럽으로 많이 간다. 그러면 일본은 이후 어디에서 인재를 고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이민 정책 전환을 위한 ‘이민청 설립’ 논의 시작도 못 했다.
일본이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하고 특정기능 제도를 만들기 전에 어떤 제도를 만들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참고 한 제도가 바로 한국의 고용허가제다. 사실 외국인 노동 정책과 관련해 한국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본을 취재하러 온단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오히려 묻고 싶다. 한국에서는 일손 부족 문제가 시급하니 해결해 달라는 경제계의 요구가 별로 없나? 이민청 설립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외국인을 ‘잘’ 데려오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상황에 맞는 시스템, 그런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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