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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세계 잇는 강력한 마법...한국-아부다비 협업 펼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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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방문한 후다 알카미스 카누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이사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근 한국을 방문한 후다 알카미스 카누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이사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상연하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아부다비 페스티벌과 메트로폴리탄오페라, 퀘백 오페라가 공동 제작했다. 사진 메트로폴리탄오페라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상연하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아부다비 페스티벌과 메트로폴리탄오페라, 퀘백 오페라가 공동 제작했다. 사진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무대에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Fliegende Holländer)'이 올랐다. 5월 30일 자 뉴욕타임스가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호평한 이 오페라는 7일(현지시간)에 이어 10일(현지시간)에도 관객들과 만난다.

후다 UAE 음악·예술재단 이사장 #아부다비 페스티벌 설립자 #2019년 한국 주빈국 초대 이어 #2025년 피아니스트 임윤찬 초청 #오페라, 클래식 공동제작도 추진

그런데 이번 무대를 누구보다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한 이가 있었다.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ADMAF) 설립자이자 아부다비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후다 알카미스 카누 이사장이다. 후다 이사장은 "이번 공연은 아부다비 페스티벌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퀘벡 오페라와 공동으로 제작했다"며 "이는 아부다비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해외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무대에는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온 페스티벌의 노력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후다 이사장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아부다비 페스티벌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축제로 해마다 2~3월이면 한 달씩 열린다. 걸프 국가의  문화 중심지로 떠오른 아부다비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문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부다비 문화지구인 사디야트 섬에는 루브르 아부다비와 자예드 국립박물관이 있으며 구겐하임 아부다비 미술관이 지어지고 있다. 그런 곳에서 페스티벌은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무용은 물론 미술·디자인 분야에서 중동과 바깥 세계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후다 이사장은 5월 말 한국에 머물며 국립현대미술관·리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유니버설발레단·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국립현대무용단·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대표 문화·예술기관장을 직접 만났다. 일주일간 분 단위로 쪼개 쓴 그의 일정은 한 국가의 문화부 장관의 행보 그 이상이었다. 실제로 그는 오페라 전문 매체 '오페라와이어'에서 "‘아랍 세계에 오페라를 소개한 인물"로 소개됐을 정도로 UAE 문화·예술계의 '실세'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국'을 파트너로 택한 것이다. 본지와 만난 카누 이사장은 "국립오페라단, 유니버설발레단 등과 공동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협업에 대해 논의했다"며 "2025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우리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앞으로 3년간 굉장히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UAE 문화·예술계의 선봉장으로서 ‘아랍 세계에 오페라를 가져온 인물’(오페라 전문 매체 오페라와이어)이란 평가를 받는 그는 한국 예술가들을 아부다비 페스티벌 무대에 초청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소감은.  
후다 알카미스 카누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 이사장. "2025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초청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 오페라, 발레단과의 다양한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후다 알카미스 카누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 이사장. "2025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초청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 오페라, 발레단과의 다양한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모든 만남이 환상적이었다. 한국에 처음 왔는데도 모든 분에게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다음 페스티벌에 확정된 프로그램이 있다고. 
2년 뒤 열릴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은 이미 확정됐다. 그것은 전부터 논의해온 거다.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또 국립오페라단도 함께할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최상호 단장에게 '중동 국가와 공동 제작한 적 있냐'고 여쭤봤더니 '없다'고 하시더라. '중동에서 사람은 처음 만났고 특히 여성은 더욱 처음'이라고(웃음). 앞으로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다.

후다 이사장은 사우디 출신 사업가 아버지와 시리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나고 자랐다. 파리 아메리칸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후 아부다비에 정착했다. 1996년 아부다비 음악·예술 재단을 설립했으며 2004년부터 아부다비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다. 아부다비 문화유산위원회(현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위원을 역임한 그는 국제 문화 교류에 헌신한 공로로 이탈리아·프랑스·영국·스페인·독일·벨기에·영국·폴란드로부터 다양한 국가 문화 훈장을 받았다.

2019년 국립발레단은 아부다비페스티벌에서 '지젤'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2019년 국립발레단은 아부다비페스티벌에서 '지젤'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2019년 아부다비페스티벌에서 연주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모습. 사진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2019년 아부다비페스티벌에서 연주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모습. 사진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아부다비 페스티벌엔 일찍이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한국명 장영주)이 참여했고, 2019년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발레단이 공연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공동제작을 했더라.  
그것이야말로 이번 만남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다. 한국과도 발레·오페라 등 공동 제작을 안 할 이유가 없다. 
협업 대상으로 한국을 택한 이유는. 
지금 한국은 문화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곳에서 이렇게 세계의 리더로 거듭나지 않았나. 이런 한국에 온 게 정말 큰 영광이다. '왜 한국인가'라고 물으셨는데, 저는 반대로 '왜 한국이 아닌가'라고 묻고 싶다.
페스티벌 역사가 20년이 다 됐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해외에서 살다가 아부다비에 돌아오면서 우리 삶에 예술이 더 꽃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우리 집 뒷마당에서 5, 6명 모인 가운데 시작했는데, 나중엔 카네기 홀에서도 공연할 수 있었다. 정부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예술을 통해 UAE가 정말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좀 더 강력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 

후다 이사장은"제가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데는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교육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진취적인 부모님 영향이 컸다"며 "어릴 때 우리 집이 예술·문화인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해서 항상 예술가들이 가까이 있었다. 문화야말로 국가·종교·이념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꼭 들려주고 싶은 사례도 있다. 그동안 UAE 문화권에선 여기서 소프라노가 절대 나올 수 없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최근 UAE 출신의 젊은 소프라노가 탄생했다"면서 "미래를 창조하는 힘은 세계와 협력하는 것,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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