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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대만’ 논란에 TSMC 회장 “美 투자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

중앙일보

입력

류더인 TSMC 회장이 6일 대만 현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류더인 TSMC 회장이 6일 대만 현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일본·독일 등에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탈(脫)대만’ 전략을 가속하고 있는 TSMC가 자국의 주주들 설득에 나섰다. 기술·제조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기지의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류더인 TSMC 회장은 전날 대만 현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해외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기로 한 근거를 설명해달라는 주주들의 요청에 대해 “현재의 성공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또 대만이 충분한 인재와 연구개발(R&D) 능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일본 구마모토현과 독일 드레스덴에도 각각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공장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2조원)을 투입해 공장을 짓고 있지만 높은 생산비용 문제가 계속 지적됐다. 창업주인 모리스창 TSMC 전 회장도 지난 4월 “미국 반도체 제조 단가가 대만보다 높다.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등의 비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류 회장은 이와 관련해 “단순히 비용 문제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했다”며 “미국에서는 수년간 반도체 칩 제조 부문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드는 편이지만 생산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조건이 까다로운 것에 대해서도 “미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 조건에 관한 TSMC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열려 있는 입장”이라며 “미국의 목표는 투자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기에 우리가 국가 안보를 침해하지 않는 한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내년 양산을 목표로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고 있는 TSMC는 구마모토현에 제2공장을 짓는 것도 논의 중이다. 류 회장은 “첫 번째 공장이 가동된 뒤에도 레거시 공정 제품 생산량이 일본 고객사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레거시 생산능력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에 추진 중인 공장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이 순조로우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웨이저자 TSMC CEO(왼쪽 네번째) 류더인 TSMC 회장(다섯번째)이 지난 6일 대만 현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웨이저자 TSMC CEO(왼쪽 네번째) 류더인 TSMC 회장(다섯번째)이 지난 6일 대만 현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처럼 해외 공장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핵심 제품 생산은 차후에도 대만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해외에서 구축하고 있는 시설은 전체 자본 투자의 10% 미만”이라며 “현재 대량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최첨단 기술인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과 차세대 공정인 2㎚, 1.4㎚ 공정 등은 대만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TSMC는 고급 칩 패키징 용량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버 주문이 급증하면서다. 류 회장은 “AI 산업에서 나오는 수요는 매우 흥미롭다”며 “지난해 고성능컴퓨팅(HPC) 부문에서의 매출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앞질렀고, 생성형 AI는 이런 추세를 보다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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