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동자 두들겨 팬다" 거리 나선 친명·비명…野 '좌클릭'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지지층을 겨냥한 ‘좌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①노동 “투쟁”모드 전환

최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건설노동자 탄압 및 과잉수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노동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경찰 수사에 반발한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한 데 이어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가 경찰의 진압봉에 맞아 부상 당한 뒤로 당내 기구의 활동이 눈에 띄게 잦아졌다. 지난해 말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강경 대응하고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할 때만 해도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며 ‘로우키(low-key)’로 대응했다. 당시 노조 대응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자 “노조 편을 들자니 여론이 부담된다”는 당내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랬던 민주당은 이달 들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연일 정부의 노조 진압에 대해 “다시 야만의 시대, 폭력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TF 단장인 진성준 의원이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노총의 장외투쟁에 당이 적극적으로 결합해 함께 투쟁하는 문제도 검토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7일엔 당내 노동존중실천단(단장 서영교 의원)이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한노총과 연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②‘기본사회’ 재조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광역 기본사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자문단장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광역 기본사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자문단장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한동안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던 이 대표의 ‘기본’ 시리즈도 재조명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하고 17개 광역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당 기본사회위원회를 확대 개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우리 다음 세대의 삶의 방식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충실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저는 그게 국민들의 기본적 삶은 공동체가 책임지는 기본사회일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경기 안성에서 청년농업인을 만나서도 농촌 소멸 대책의 하나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농가당 지원금을 줄 게 아니라 1인당 농촌 기본소득을 주면 4인 가족에게 연간 수백만 원을 줄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지난 5일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 9시간여 만에 물러난 이래경 사단법인 ‘바른백년’ 명예이사장도 평소 저서 등을 통해 기본소득 지지 의사를 밝혀온 인물이다. 당내에서 “이 대표가 기본소득을 당 주요 정책으로 밀겠단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는 이유다.

③장외로 나가는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최근 민주당의 장외투쟁 횟수도 부쩍 늘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지난달 26일 광화문에 이어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권력을 독차지한 집권 여당이 그 권력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두들겨패 구속시키고, 사법권력을 남용해 분신자살하게 하고, 서민 생존을 위협해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고 있다”며 “국민이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움직임이 지지율 정체 국면에서 ‘집토끼’를 뭉치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4월 4주차에 국민의힘을 5%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던 민주당 지지율은 이른바 ‘김남국 코인’ 논란이 터진 후인 5월 들어서 국민의힘에 줄곧 3~4%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

역전을 허용한 민주당으로선 일단 선명성을 강조해 지지층이 결집해야 재역전이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분석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내부 조사에서 노조 과잉진압 등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보에 부정 여론이 크다”며 “앞으로 정부·여당에 더 공세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는 한 마디도 못하고 국내에서 약자를 대상으로 갈라치기에 올인하는 모습에 국민들도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의 적’과 각을 세울수록 자연스레 당 내홍도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노동 문제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지지층을 겨냥한 이슈에서 친(親)이재명계와 비(非)이재명계는 한 목소리를 내고있다. 당 관계자는 “친명·비명 갈등이 정책적 차이에서 온 건 아닌 만큼 메시지가 크게 다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민주당이 집토끼만 공략하다가 총선 승부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을 중심으로 강경 목소리가 커질수록 중도층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위기 의식 없이 ‘개딸 세력이 있어 당 지지율이 이만큼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다) 중도층도 무당층도 다 떠나면 내년 민주당 총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